매일신문

[르포] 남대구∼서대구IC 도시고속도로 출·퇴근길 동행

"옆 고속도로는 활주로, 이쪽은 주차장…말이 됩니까"

18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성서지역에서 구미지역로 출근하는 한 시민이 정체를 빚고 있는 도시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8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성서지역에서 구미지역로 출근하는 한 시민이 정체를 빚고 있는 도시고속도로를 운전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지옥길은 이곳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성서~옥포간 중부내륙지선(옛 구마선) 확장·개통에 따라 고속도로와 도시고속도로가 분리되면서 남대구~서대구IC 구간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넉달 가까이 출·퇴근 통행에 고통받고 있다. 극심한 차량정체를 빚고 있는 도시고속도로의 부분 확장 공사가 이달 4일 시작됐지만 시민들은 2년 동안 고통을 겪어야 한다며 특단의 대책을 세워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14, 15일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시민들과 함께 '지옥길'을 동행했다.

◆출근길=14일 오전 8시 대구 달서구 월성동 학산중학교 옆. 남대구 IC 주변도로를 통해 도시고속도로에 들어서려는 차량이 50여m 줄 지어 있었다. 길게 늘어선 차량은 월곡네거리까지 이어졌다. 잠시 후 SUV차량 한대가 다가왔다. 20여년간 구미 가게로 출근하는 박철수(54)씨는 "오늘 고생 좀 할 겁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박씨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도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차량을 도시고속도로 쪽으로 운전했다. 다닥다닥 붙은 채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차들이 눈앞에 들어왔다. 빨라야 시속 20km도 되지 않았다. '도시고속도로'라는 말이 무색했다. 약 5분이 지난 뒤 성서IC에 다가가자 본격적인 정체가 시작됐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달구벌대로의 양방향 바깥차선을 빼곡히 채운 차량들이 보였다.

박씨는 "때를 잘못 맞추면 여기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생긴다"며 "옆의 텅 빈 고속도로를 보고나면 더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숨을 뱉었다. 그는 도시고속도로가 개통한 뒤 평소 출근 시간이 20~30분 길어졌다고 했다.

도시고속도로에 들어선 지 약30분이 지나고서야 차량은 서대구 톨게이트에 들어설 수 있었다. 박씨는 "지금부터는 막힘 없이 금방 가게로 갈 수 있다"며 "제발 좀 차량 지체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퇴근길="도시고속도로는 주차장이고 옆 고속도로는 활주로입니다."

15일 오후 6시 서구 평리동. 김호윤(58)씨는 퇴근길을 걱정했다. 막히는 시간대를 피하자니 공장에 들르기가 쉽지 않고 다른 길로 가자니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들것 같아서다. 김씨는 "집은 성서, 가게는 서구, 공장은 성서공단에 있으니 막히는 도시고속도로 때문에 골치 아프다"며 "머리 좋다는 공무원들이 사전에 이런 일을 예측 못했다는 것이 너무 한심하다"고 한탄했다.

오후 6시 30분 김씨 차량을 타고 가게에서 공장으로 향했다. 이현삼거리를 지나서면서 도시고속도로로 향하는 차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보였다. 신천대로와 고속도로에서 밀려드는 차량으로 이현삼거리에서 도시고속도로까지 약 500m를 지나는 데에만 10분이 걸렸다. 서대구IC~세방골 진출로 확장공사로 옆 고속도로가 한 차로 줄었지만 여전히 고속도로는 텅 빈 모습이었다.

차량이 성서IC 부근에 다다르자 다시 밀리기 시작했다. 100여개의 붉은 차량 후미등이 눈앞에 계속 펼쳐졌다. 김씨는 "단 며칠이라도 출퇴근 시간에 이곳을 이용해 보면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실감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대구시, 도로공사 뿐만 아니라 해당 구청에도 책임이 있다"고 화를 냈다.

◆근본 대책은 언제?=학산중학교를 비롯한 5개의 중·고등학교가 위치한 남대구IC 주변 도로는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하려는 차들이 출근시간대에 몰리면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교통을 통제해야 할 만큼 정체가 심해졌다.

이곳 고등학교 한 교감은 "고속도로가 확장·개통되면서 인근 교통흐름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학생과 선생님들이 더 고통받고 있다"며 "학교 근처를 지나는 시내버스가 없어서 자가용으로 등교하는 학생들 중에 지각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칠곡에서 도시고속도로로 매일 출퇴근 하는 조선영(34·여)씨는 "퇴근할때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데려오는데 요즘 하도 막혀서 돈을 좀 더 주고 한시간 동안 유치원에 더 맡겨두고 있다"며 "편해지라고 만든 도로가 오히려 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서지역발전연구회 배재회 회장은 "성서IC 주변 일반 도로가 너무 밀려서 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주민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언제까지 지옥길로 놔둘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는 지난 8월말 서대구IC~세방골 진출로 0.9㎞ 구간을 올해 안으로 3차로에서 4차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상리공원 진입로~서대구IC 1㎞ 구간, 성서IC~상리공원 진입로 1.7㎞ 구간 등도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손동일(40)씨는 "도시고속도로 부분확장을 위해 2년 동안 공사 한다는데 그때까지의 고통은 또 어떻게 참으라는 말이냐. 도로공사와 대구시는 텅텅비는 고속도로를 줄이든지, 아니면 도시고속도로 전체를 확장하는 등 근본 해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