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대구FC와 제주 유나이티드

국내 프로축구에서 대구FC가 있는 곳엔 항상 제주 유나이티드도 있었다. 2003년 대구FC가 창단되고, 2006년 부천 SK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로 연고지 및 팀명을 변경한 뒤 두 팀은 단 한 번도 '한 자릿수'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항상 사이좋게 '앞뒤'에 위치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지난해 K-리그 정규리그에서 대구는 '꼴찌'인 15위, 제주는 14위를 차지했고, 2008년엔 대구는 11위, 제주는 10위, 2007년엔 대구는 12위, 제주는 11위, 2006년엔 대구는 11위, 제주는 '꼴찌'였다.

그런데 제주가 올 시즌 일을 냈다. 19일 현재 정규리그에서 16승6무3패(승점 54)로 1위다. 3위에 11점이나 앞서 있어 최소 2위는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대구는 여전히 '탈꼴찌'에 목을 매고 있다. 16일 경기에서 광주 상무를 꼴찌로 내려앉히고 14위로 오르긴 했지만 1점 차이여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극과 극'의 길을 걷고 있는 두 팀의 차이는 뭘까. 제주가 '기적의 드라마'를 쓴 것은 탁월한 팀 리더를 영입해 패배 의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제주는 올해 대구 청구고 출신의 박경훈 감독을 영입하고, 선수단을 절반 이상 물갈이했다. 그 중심엔 '한물간 선수'로 평가받던 김은중이 있었다. 그는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올해 16득점-9도움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팀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심점이 돼 선수 간,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의 소통과 화합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러한 '돌풍' 뒤에는 역시 선수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수년간 체계적으로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탄탄히 다진 모기업의 지원이 있었다.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중진급 알짜배기 선수를 꾸준히 영입하고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가능성 있는 신인을 적절히 안배하면서 팀 전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올해 돌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쉽게도 대구FC는 시민 구단이어서 SK에너지라는 모기업을 가진 제주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선수 농사'를 잘 지으면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구단처럼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탄탄한 전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농사 잘 지어놓고 '가난한 구단' '운영비' 운운하며 주전 선수들을 팔아먹는 '악수'를 두지 않아야 한다.

대구가 시즌이 끝나는 대로 대폭적인 선수 물갈이와 중진급 선수 영입을 통해 '전력 보강'의 초석을 다진다고 한다. 내년 당장 1위를 기대하는 팬들은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탑을 쌓아 가듯' 선수를 보강해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스포츠레저부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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