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달 명진섬유 대표는 요즘 부쩍 바빠졌다. 지난해 여성으로는 최초로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은 데다 최근 섬유경기까지 살아나 해외 출장이 잦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특히 한-EU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해외 섬유 동향을 파악하고 새 시장을 살피느라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라고 했다. 석 대표는 "처음에는 여성이 제조업인 섬유업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지역에서도 섬세한 리더십을 갖춘 여성이 섬유 업계 전반에 걸쳐 맹활약하고 있다"며 "지역 경제계에서 여성 CEO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효림산업 한무경 대표 역시 지역에서 여성 CEO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문헌정보학 박사로 10여년 간 강단에서 학생들만 가르치다 부친의 권유로 사업에 뛰어든 뒤 회사 설립 9년 만에 400여 명의 직원에 연간매출 3천억원을 뛰어넘는 자동차 부품 그룹으로 키웠다. 한 대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여성이 자동차부품업체 대표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그러나 여성은 특유의 섬세함과 내실을 튼튼히 하는 경영으로 위기관리 대응력이 뛰어나는 등 남성에 뒤질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여성 CEO 바람이 거세다. 아직은 남성 CEO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똑똑하고 당찬 여성 CEO들이 지역 경제의 한 축을 걸머지며 더 이상 '주변인'이 아닌 경제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실제 지역 여성 경제인의 위상은 지난해 처음으로 제20대 대구상의에 첫 부회장을 비롯해 상공의원 7명을 배출하는 등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해 창립 11주년을 맞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구경북지회에 따르면 제조업이 22%, 섬유·패션 19%, 건설 18%, 서비스 11%, 무역·유통과 전기·정보통신 업종이 각각 9%, 기타 12% 등 업종마다 여성 CEO들이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이와 함께 여성경제인협회 대경지회는 회원 수 120여 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250여 명으로 늘었다.
김숙희 회장(삼성금속 대표)은 "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기업 환경에서 여성의 경영 참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여성 CEO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지역 남성들의 의식변화 및 가사 분담 등이 뒷받침된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여성 CEO들의 활약은 전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7년까지 정명금 대구중앙청과 대표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았는가 하면 이명박 정부 초기 대구 한 벤처 기업 여성 CEO는 인수위에 참여했을 정도로 지역 여성 CEO 명성이 전국에 미치고 있다.
명진섬유 석 대표는 "1990년대 들어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 양산되고 IMF 외환위기로 창업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직접 사업체를 설립해 성공을 일구는 당찬 여성 경영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은 특히 대구에만 머물지 않고 각종 협회 등을 통해 '전국구'에서 활동하고 있어 앞으로 지역 여성 CEO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