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가격이 단박에 10배로 뛸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한 덕분인가, 최근 텃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산비탈은 물론 도로변 게딱지만 한 땅에도 가꾸는 주인이 다 있다. 신천시장 인근에는 아파트 시행사가 수천 평의 부지를 마련해 놓고 건물은 짓지 못한 채 버려진 땅이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철거 폐기물로 가득 찬 도심 우범지대였는데 인근 주민들이 하나 둘씩 개간, 요즘은 반듯반듯한 밭 뙈기가 꽉 들어찼다. 내 손으로 가꾸어 먹는다는 즐거움에다 올가을 채소 파동 때는 재미 좀 봤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밭을 가꾸어 본 사람은 안다. 한마디로 '잡초와의 전쟁'이다. 주말 농장이라며 씨 뿌릴 때 좋았지 한여름에는 한 주만 건너뛰면 잡초가 우거져 버려 발 들여놓기조차 힘들어진다. 두 주 건너뛰면 전세는 완전 역전된다. 채소밭이 아예 엉겅퀴와 개망초로 덮여 자연스런 화원(花園)이 돼버린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상추라도 조금 얻어먹으려면 손바닥만 한 채마밭이라도 주말에는 무조건 풀 뽑기에 매달려야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렇게 사람 손을 잔뜩 기다리는 것이 채소밭인데 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이 최근 백악관 텃밭(Kitchen Garden)에서 초등학생들과 함께 가을걷이 행사를 가져 화제다. 지난해 3월 조성된 이 텃밭에서 미셸은 학생들과 고구마, 무, 호박, 고추, 피망, 토마토, 콩 등 유기농 채소 수백㎏을 수확했다고 한다. 가을걷이가 끝난 뒤에는 백악관 요리사들이 이날 수확한 과일과 채소로 음식을 만들어 '가든파티'를 열었다고 하니 그녀의 친서민적 행동이 가식이 아닌 모양이다.
백악관 텃밭에는 농약은 쓰지 않고 무당벌레 등을 이용한 천적(天敵)농법으로 채소와 과일을 가꾸기 때문에 텃밭을 수시로 개방해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미셸 오바마의 백악관 텃밭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에서는 집에서 과일이나 채소밭을 일구는 비율이 1년 만에 19%나 증가했으니 '녹색 정책'의 전도사가 따로 없다.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면서 '귀거래사'를 지었다. '나 돌아가리라. 고향의 전원에 잡초가 무성한데 어찌 안 돌아가리요.' 그가 가장 먼저 걱정한 것도 잡초였다. 도시인에게 텃밭은 이렇게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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