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돌 속에 숨은 보석

오만 가지 다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 가지도 못해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의 탁월한 능력이나 소질을 갖고 태어난다. 그것은 하늘이 주신 고유한 달란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몸속에 무엇이, 어떤 씨앗이 숨어있는지 모른 채 평생을 살아간다.

국내외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길을 가는 사람들, 분명 그들은 빛나는 별이다.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뛰어난 학자나 예술인, 스포츠맨을 볼 때마다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 목표를 향한 굳은 의지와 수많은 인내의 시간들을 어찌 다 헤아릴까만, 그보다는 자녀의 소질을 파악하여 그들을 이끌어 온 부모에게 더 존경심이 간다.

내가 나의 적성이 무엇인지 대충 감지한 것은 하늘의 명을 알고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지천명의 나이를 훌쩍 넘기고서다. 그것도 세월에 의지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이었다. 그 일이 내게 얼마나 비능률적인가를 알았을 때는 되돌아가기에 너무 멀리 와 있었다.

오류는 대물림을 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내 아이들의 적성이나 소질을 제때에 찾아 계발해주지 못했다. 눈앞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해결하기에도 숨이 차 한 치 너머를 보는 여유도 안목도 없었지만 그것을 일찍 파악한다는 자체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도 내게 그들은 석공(石工)의 손이 닿지 않은 원석으로 남아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류 대학을 지향하는 학벌 위주의 사회 분위기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하나같이 한 방향으로 내닫는다. 적성이나 소질보다는 점수에 맞춰 이곳저곳 기웃거릴 것이다. 인간은 각기 다른 얼굴만큼이나 그 안에 숨겨진 재능도 다양하다. 시험 점수만이 한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살아오면서 절감한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최대의 능률을 올려 꽃을 피울 수 있는 일이 무언가 있을 터인데 가슴속 깊숙이 감추어진 그 보물을 어떻게 찾아낼까.

공연한 노파심일까. 자신에게 맞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들이 도중에 낙오할까, 너무 멀리 가버린 뒤 후회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특출하게 타고난 능력들이 곳곳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死藏)되는 것이다.

석공의 망치질에 돌 속에 숨어 있는 사자가 우람한 모습을 드러내듯이 너무 늦기 전에 젊은이들의 몸속에 숨어 있는 구슬을 찾아내는 묘책은 없을까. 그것을 제때에 찾아내어 갈고 닦았을 때의 광채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박헬레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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