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양은 활주로 내주고 대구경북만 이롭게 돼" 부산 이간질

대구시의회 신공항특위 밀양·가덕도 방문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부산 가덕도를 배경으로 신공항 밀양유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의원들 뒤쪽으로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와 가덕도가 보인다. 이채근기자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부산 가덕도를 배경으로 신공항 밀양유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의원들 뒤쪽으로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와 가덕도가 보인다. 이채근기자
성공에서 바라본 밀양 신공항 후보지.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성공에서 바라본 밀양 신공항 후보지.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시 하남들녘을 방문, 밀양시청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시 하남들녘을 방문, 밀양시청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시의회 동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 특별위원회(위원장 오철환) 소속 대구시의원 5명이 28일 신국제공항 후보지인 밀양과 가덕도를 잇따라 방문했다. 대구시 교통국, 대구경북연구원, 대경권경제발전협의회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출발해 밀양시의회와 후보지인 밀양 하남, 부산 가덕도를 방문한 특위위원들은 한목소리로 "동남권 신공항은 당연히 밀양으로 와야 한다. 가덕도는 턱도 없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시의원들과 동행 취재한 이날 기자는 '왜 밀양인가'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었다.

◆밀양시의회를 방문=밀양시의원들은 대구시의원들의 방문을 환영했다. 부산 가덕도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밀양시민들은 대구와 경북이 전폭적으로 밀양을 후보지로 지지하는 데 대해 고마움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부산시에 대한 깊은 불신도 만만치 않았다. 박필호 밀양시의회 동남권 신공항 유치 특별위원장은 "순리대로 가면 당연히 밀양이 될 거라는 생각이 순진했다"며 "부산이 밀양 주민을 상대로 '밀양에 공항이 들어서면 밀양은 활주로만 내주고 대구경북만 이롭게 한다'는 등의 이간질을 하고 있다"며 흥분했다.

밀양시민들은 동남권 신공항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손진곤 밀양시의회 의장은 "밀양시민들은 오로지 신국제공항이 들어와야 경쟁력이 있고, 과거의 화려했던 밀양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침 자리를 함께한 김갑 경남도의회 동남권 신공항 조기 유치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김두관 경남지사가 4대강 사업 논란에 집중하다 보니까 신공항 유치 노력에 지금까지 다소 소홀했다"며 "경남이 넓다 보니 부산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부 지역이 이탈하고 있지만 잘 다독여서 함께 밀양 유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밀양 하남을 가다=밀양시의원들과 간담회를 끝낸 뒤 대구시의원들은 곧바로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 하남읍 일대로 버스를 몰았다. 손 의장을 비롯한 밀양시청 공무원들도 동행했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하남면 명례리에 위치한 낙동강 15공구 전망대. 낙동강 수산제방에 위치한 전망대는 이 지역의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주관하는 현대건설이 방문객들을 위해 마련한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신국제공항 후보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각처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잇는다고 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공항 후보지는 대단히 넓었다. 일행을 맞이한 설상목 밀양시 기획감사실장은 이 지역이 갖는 장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설 실장은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영남권 주요 지역을 1시간 이내에 접근할 수 있고 ▷공항 반경 90㎞ 이내에 대구, 부산, 울산, 포항, 구미, 창원 등 주요 대도시와 산업단지가 위치한 덕분에 항공 수요가 충분하며 ▷가덕도 해상공항에 비해 건설비가 40% 수준이고 ▷광활한 공항 배후 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논란이 됐던 봉화산 절개와 관련해 "봉화산을 절개하지 않아도 충분히 건설할 수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이어 최병식 창의정책개발담당이 '가덕후보지 장애물 표면도'를 앞에 두고 가덕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비행공간(공역)이 김해공항과 겹쳐 김해공항의 K1 공군기지가 이전해야 신공항 건설이 가능하고 ▷부산 신항만으로 가는 뱃길과 공항 예정지가 맞붙어 있어 선박 충돌 위험 지역이며 ▷가덕대교가 유일한 접근도로인 탓에 추가로 교통시설을 건설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해상을 매립해야 하는 탓에 운영비가 많이 들며 ▷철새 서식처인 낙동강 하구가 인접해 조류충돌 위험이 크고 ▷법적·환경적 제한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설명을 듣던 강재형 대구시의원이 한마디 거들었다. "백번 양보해도 가덕도는 안 되겠다. 바다를 메워 뭐를 만들겠다는 말인가."

◆가덕도 접근도 안 된다=버스로 이동하던 일행은 가덕도에 가지 못했다. 현재 승용차만 겨우 통행할 수 있는 협소한 도로가 문제였다. 대신 가덕도에서 직선으로 20㎞가량 떨어진 부산시 사하구 명지주거지역의 노을정휴게소를 찾았다. 신공항 후보지가 눈앞에 잡힐 듯했다.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정웅기 대구경북연구원 교통물류실장이 나섰다. 정 실장은 "바다를 메워 공항을 세운 하네다, 간사이, 주부, 첵랍콕 공항은 모두 내항에 공항을 건설했다. 하지만 가덕도는 외항이다. 바다 한복판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과 같다"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지에서 만난 사하구 주민들은 가덕도가 신국제공항 후보지라는 것도 몰랐다. 30대 한 주민은 "공항이 들어온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설지는 모르겠지만 밀양에 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가 훼손된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말했다. 부산이 만들어낸 왜곡된 사실이 주민들에게 유포되는 현실이 답답했다. 오철환 위원장은 "부산의 논리가 뭔지 모르겠다. 억지를 쓰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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