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대체의학

최근 세계적인 스타들이 대거 입국했다.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주인공 샬롯 역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틴 데이비스, 1980년대 이전 세계 팝계를 장악했던 섹시 디바의 아이콘 시나 이스턴, 미국 원로배우 헨리 폰다의 아들이자 '이지 라이더' 등 4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피터 폰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히는 유에 사이 칸, 노화 방지 분야 대표적인 석학으로 알려진 에릭 브레드슨, 이름만 대면 어지간히 귀에 익은 유명 인사들이다.

이 정도면 대단한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입국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대중에게 알리지도 않고 국내에 들어왔다. 놀랍게도 건강 상담을 받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국내 어느 병원 그룹이 동'서양의학과 대체의학을 접목해 현대인들의 질환을 미리 찾아내고 예방'치료한다는 새로운 개념의 의료 시설을 설립했는데 이를 이용하기 위해 입국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건강 검진을 비롯해 각종 스파 테라피,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 미용 테라피, 영양 요법에 대한 상담 등을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서양의학에 정통한 이들이 건강 문제로 한국을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한의학(韓醫學)을 알고 믿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때마침 지식경제부 R&D 전략기획단은 앞으로 3년간 7천억 원을 투자할 '5대 프로젝트'에 '천연물을 원료로 한 신약' 부문을 넣었다. 우리 한의학이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야심 찬 목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의학은 서양에서는 아직도 '대체(alternative)의학'으로 불린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대체'란 단어는 '주류'가 제 기능을 못할 때 대신해준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지만 허준의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서양의학에서 손 놓은 불치병을 한의학에서 해결하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이제 한의학도 서양인의 눈에서 볼 때 주류(主流)의 반열에 올라야 한다. 이제 그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근대의학 수준이 서양의학에 비견할 정도로 발전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