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팔꿈치 통증

테니스'골프 치지도 않았는데 '엘보'가…

#박종훈(가명'48) 씨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조립을 하며 20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팔꿈치가 심하게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됐다. 5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체력 관리를 하려고 지난겨울 헬스클럽에 등록해 퇴근 후 꼭 들러 여러 가지 근력 강화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석 달쯤 지나자 조금씩 아파오던 팔꿈치가 아예 젓가락을 들거나 열쇠를 돌릴 수도 없을 만큼 심해졌다.

#최영미(가명'46) 씨는 얼마 전부터 팔꿈치 통증이 심해서 작은 그릇을 들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머리도 감을 수 없을 만큼 불편해졌다. 골프가 취미인 최 씨는 평소 주중에 한 번 정도 필드에서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연습장을 찾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매일 연습을 한 지 한 달 정도 지나면서 팔꿈치 바깥쪽과 안쪽 모두 심하게 붓고 통증이 시작됐다.

◆무심코 혹사시키는 팔꿈치

이들에게 흔히 말하는 테니스 엘보와 골프 엘보가 찾아온 것. 손목과 손가락을 펴고 굽히는 동작을 하는 근육은 팔꿈치 뼈에 붙어 있는데, 너무 지나치게 손과 손목을 사용해서 이 부분에 탈이 난 것이다. 팔꿈치 관절은 단지 팔을 굽히고 펼 때뿐 아니라 어디에 기대거나 의지할 때, 손목이나 손의 회전을 통해 식사하고 글씨를 쓸 때에도 쓰이는 중요한 관절이다.

팔꿈치 주위의 통증과 불편감을 느끼면 '테니스 엘보'라고 스스로 진단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손목을 젖히거나 손가락을 펴는 근육과 힘줄은 팔꿈치 관절의 바깥쪽에 돌출된 뼈에 붙어있다. 운동 시 너무 꽉 쥐거나 팔꿈치를 반복적으로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으로 무리하게 손을 쓰거나 바르지 못한 자세로 장기간 사용하면 근육이나 힘줄에 미세한 손상이 발생해서 붓게 된다. 팔꿈치 주위의 둔한 통증을 느끼며 바깥쪽 뼈가 만져지는 부위(외상과)를 누르면 심한 통증을 느낀다. 아울러 환자는 물건을 쥘 때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고도 호소하는데 이런 상태를 '외상과염', 즉 테니스 엘보라고 한다.

또 손목을 구부리거나 손목은 내측으로 회전시키는 근육과 힘줄은 팔꿈치 안쪽에 붙어있다. 이 부위에도 테니스 엘보 같은 병변이 발생하는데 이를 '내상과염', 즉 '골프 엘보'라고 부른다. 테니스 엘보는 선수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이 아니다. 팔을 무리하게 사용하는 모든 경우 발생한다. 주로 35세에서 60세 사이에 주로 발생하며 남성과 여성의 발생 비율은 비슷하다.

◆조기에 상담하면 치료 가능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활동의 시작을 천천히 하며 활동 전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평소 가벼운 무게를 이용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팔꿈치 관절 및 주위 근육으로 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보조기 착용도 필수적이다. 양손을 번갈아 사용해서 한쪽에만 과도한 충격이나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다.

운동요법, 즉 근육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늘리면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자기 근력에 맞는 무게(15~20회 반복 가능한 무게)의 덤벨(아령)을 이용해 팔을 회전하는 운동을 해서 근력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일정 정도의 충격에 견딜 수 있다.

갑작스런 통증이 발생했다면 일정기간 휴식은 꼭 필요하다. 얼음 마사지, 소염제 복용으로 근육 및 힘줄의 부종을 가라앉혀야 한다. '혈소판 포함 혈장(PRP:Platelet Rich Plasma) 주사 요법'도 있다. 환자 본인 혈액에서 채취한 PRP에는 조직의 재생, 치유, 새로운 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여러 성장인자들과 염증을 억제하는 여러 체내 물질이 포함돼 있다. 만성이고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에게 주사할 경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스테로이드 주사와 달리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약물이나 주사 요법에도 효과가 없고 일 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팔꿈치 주위에 통증이 발생했을 때 방치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한다면 조기에 치료가 가능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더블유병원 수부외과 세부전문의/정형외과 전문의 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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