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젠 영남미술 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때"

영남미술학회 회장 이중희 교수

▲이중희 영남미술학회 회장은
▲이중희 영남미술학회 회장은 "대구의 미술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 대구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방안을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근대 미술이 9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아직 영남 미술의 정체성을 확립시키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학계가 해야 할 몫이기도 하지요."

10일 영남미술학회 창립식을 앞두고 만난 영남미술학회 회장 이중희 계명대 미술대학 교수는 미술이 '실기'와 '이론 정립'이라는 양쪽 수레바퀴가 균형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구·영남의 미술 문화에 대한 이론적 정립을 위한 정식 학회는 없었다. 미술계의 오랜 숙원이 풀린 셈이다.

영남미술학회는 회장인 이 교수와 부회장 박남희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 홍원기 대구교육대 미술교육과 교수, 세 명의 인연이 학회로 연결된 것이다. 1997년 '대구 미술 70년 역사전'을 함께 준비했던 세 사람이 언젠가 학회를 만들자고 다짐했고 그 약속이 13년 후인 지금 이루어진 것. 임원진에는 사진, 도자기, 서양화, 한국화, 미술사 등 다양한 분야의 학위 소지자들이 포진해 있다.

"대구 미술의 저력은 엄청난 수준입니다. 매년 미술대학을 졸업하는 미술 인구만 해도 1천여 명이 넘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죠." 전통 화단에서 석재 서병오 선생이 1923년 '교남서화연구회'를 발족시켰고 서양화 도입기인 일제 시대에는 대구가 서양화의 요람이었다. 1930년대 발족된 한국 최초 서양화 이념 단체인 '향토회'는 전국적으로 확산돼 붐을 일으켰고 1970년대에 국내 현대 미술 운동을 대구 미술계가 주도했고 1980년대 초 우리나라 최초로 현대적 '대구공예가협회'가 발족돼 전국 공예계의 중심 단체가 되는 등 대구는 전국 미술의 흐름을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주목할 만한 미술 문화가 없다. 이 교수는 "괄목할 만한 인재는 많지만 대구 미술이 부각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남미술학회는 대구 미술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원로 미술인들을 대상으로 한 구술사를 내년부터 2년에 걸쳐 편찬할 예정이다. "이미 대구 미술 초기의 산증인들이 대부분 작고하셨고 2세대도 고령인 경우가 많아 이것은 하루 빨리 진행해야 할 시급한 문제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분들의 영상 및 녹취록을 남겨 미술의 생생한 역사를 남길 겁니다."

이 회장은 대구를 바꾸어놓을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20년 후의 대구 문화 지도를 그려나가는 것. 이것을 위해 내년에 '2030년 세계가 주목하는 대구 미술문화'를 주제로 아이디어를 공모할 계획이다. "누구나 한 번쯤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실현시키자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면 보도 블록에 색깔을 입히자, 가로수를 감나무로 하자는 식이지요. 사소한 아이디어이지만 이것이 실현되면 앞으로 대구의 빛깔을 바꿔나갈 수 있거든요." 참신한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이것을 실현시켜 나갈 뚝심도 있다. 앞으로 관심 있는 일반 회원들과 함께 미술에 대한 대구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계획이다.

"조용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추진하여 결과물이 나오면 멋지게 실현시켜 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미술을 계기로 대구 미래의 돌파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영남미술학회 창립식은 10일 오후 3시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리며 '근대 시기의 문인화와 서예'(이나나), '석재 서병오와 교남시서화연구회 재인식'(이인숙)에 관한 논문이 발표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