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 형태로 보여준다. 20개의 장으로 구성된 에피소드는 각각 독립된 이야기 구조를 가지면서 사랑의 생성에서부터 황혼의 사랑까지 진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1막의 에피소드들은 연애에 관한 이야기들로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짝짓기에 열을 올리는 그들의 모습은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한번쯤은 경험했음직한 낯익은 모습들이다. 미혼이기에 당당하면서도 자유로운 연애관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찾다가 '인생의 무덤'이라는 결혼 앞에서 잠시 갈등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을 맹세하고 결혼에 이른다.
결혼 이후를 다룬 2막은 현실에 대한 무게감이 실리면서 다소 진지해진다. 2막의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인물들로 낯설지 않다. 일상에 지친 중년 부부의 섹스 이야기, 대화가 단절되다시피한 결혼 30년 된 부부의 무언(無言)의 사랑,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새 삶을 찾는 여인 등 결혼 생활의 힘겨움 속에서도 행복의 요소를 찾아낸다.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화두는 '남녀 간의 사랑'이다. 그러나 판타지나 드라마틱한 사랑이 아닌, '일상의 리얼리티가 녹아 있는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어, 맞어'를 연발하고 곳곳에서 웃음이 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사랑'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연애에서 결혼생활까지 변화무쌍한 여정 속에서도 '사랑'에 관한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단 4명뿐이라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작품임에도 한 배우가 각각 15개의 다른 캐릭터들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지루할 틈이 없다. 4명의 배우들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연기하기 위해 적절한 호흡과 발성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다른 코믹물과는 달리 저속한 유행어나 엉뚱한 행동을 통해 억지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상황과 적절한 오버연기(이것조차도 어느 정도 계산된 듯하다)를 통해 계산된 웃음을 이끌어낸다.
음악과 대사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극 전체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주고, 딱히 명곡이라 할 만한 뮤지컬 넘버는 없지만 이 작품에서 노래는 극의 흐름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요소요소에서 극의 흐름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탱고, 왈츠 등 에피소드만큼이나 다양한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이다.
단순하지만 이 작품에 딱 맞아떨어지는 무대와 대'소도구들도 눈길을 끈다. 복층 구조를 이용한 공간분할로 동선에 변화를 준 것과 이동식 벽면을 잘 활용하여 교도소, 결혼식장, 장례식장 등으로 변환시키면서 소극장 무대가 가지는 단순함과 좁은 공간적 한계를 극복한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연주자가 무대 중앙 상단에 위치하여 막과 막, 에피소드와 에피소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한 것도 색다른 시도였고, 피아노와 바이올린만으로도 훌륭한 라이브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도 놀라웠다. 또 1인 다역인 만큼 짧은 시간에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의상과 헤어스타일 등도 눈을 즐겁게 한다.
뮤지컬 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작의 탄탄한 구성과 음악, 재치 있는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잘 조화를 이룬, 제목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대형 뮤지컬이 주도하던 국내 뮤지컬시장에서 소극장 뮤지컬의 가능성과 대안을 제시하면서 소극장 창작뮤지컬을 활성화시키는 데도 일익을 담당했다. 2004년 라이선스로 초연된 이후 공연 1천200회 돌파, 50만 관객을 동원한 로맨틱 뮤지컬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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