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형제란 부모 슬하에서 오순도순 자랄 때와는 달리 제 가정과 살림을 가지면서부터는 자칫 틀어지기가 십상이다. 제왕가의 골육상쟁이나 오늘날 재벌가에서부터 평범한 집안에 이르기까지 특히 아버지의 사후 벌어지는 형제간의 갈등을 보면 그렇다.
풋내기 영화배우 '제임스 딘'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엘리아 카잔 감독의 영화 '에덴의 동쪽'은 가족사에 점철되는 형제간의 애증을 다루고 있다. 알렉세이 발라바노프 감독의 러시아 영화 '형제'는 형제간의 배신과 용서를 통해 소련 붕괴 후 혼란에 빠진 러시아의 도시 페테르부르크에서 타락하고 무너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피카소의 1906년 작품 '두 형제'는 그 사실적이고 따뜻한 색감만큼이나 우리네 가난했던 시절 형제의 모습을 떠올린다.
형제(兄弟)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인간만사 형제간의 삶도 천태만상이다. 흥부와 놀부처럼 원수 같은 형제도 많고, 옛 교과서 속의 이야기처럼 '의좋은 형제'도 있다. 한 여자를 둘러싼 피비린내나는 형제간의 다툼 끝에 살인을 저지르고 50년 넘게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페라라 공국의 서자 '돈 줄리오'같은 비극적인 사례도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 아들 김정남과 김정은이 상극의 길을 걷고 있다.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이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하려 했다는 소식도 있고, 김정남이 아우의 잘못을 지적하며 마이웨이(My Way)를 선언했다는 보도도 있다.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을 비판하는 시각이 많다. 아무리 체제 선전과 우상화에 열을 올려도 북한 주민을 완전 장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일이 죽고 나면 김정은의 후계 체제는 짧으면 3일 천하, 길어도 3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3대 권력 세습이란 희한한 소용돌이 속에서 두 형제의 앞길은 어떻게 엇갈릴까. 한국과 북한 또한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이다. 그러나 남북한은 딴살림을 차린 지 갑년(甲年)이 지나도록 사랑과 평화의 관계보다는 증오와 전쟁이란 여정을 걸어왔다.
G20 정상회의 개막으로 세계가 한반도를 주목하고 있는 오늘, 한국은 국제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국가의 품격과 브랜드를 높이며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려 애쓰고 있는데, 코미디 같은 세습 체제 구축에 골몰하고 있는 형제의 나라 북한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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