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희망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좌절감이 온 나라를 짓누르던 일제강점기 시절 사람들이 즐겨 부른 희망가다. 노랫말이나 시에는 희망의 메시지가 많다. 서글프고 힘든 현실에서도 기죽지 말고 내일의 희망을 가지자고 한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에는 그가 산 비참한 생활만큼 희망의 구절도 특히 많다. 비참하고 어두운 현실의 서글픔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동시대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절절이 노래한다.

오늘 아침 신문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여성 세 분이 나란히 등장,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7년 만에 가택 연금에서 풀려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꽃, 아웅산 수치 여사는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잃어선 안 되며 열정을 잃을 이유도 없다'고 호소했다. 숨통이 막힌 독재의 압박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아야 민주주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제에 참석,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이 어느 나라보다 높고, 집안 사정이 어떻든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 질서를 새로 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지만 현실은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워진 상황을 빗댄 지적이다. 국민의 복지와 행복이 나라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꿈과 희망을 가지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흑인 여성 국무장관으로 세계를 움직였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자서전을 통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남부에서 세계 무대로 떠오르게 해 준 동력을 부모로 꼽았다. 흑인은 레스토랑이나 호텔에도 들어갈 수 없었던 시절에 원하면 미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고 회고했다.

희망은 반대편에 선 절망에서 비롯된다. 풍족하고 안락한 삶이 아니라 힘들고 고통스런 역경에서 희망은 빛을 발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거나 인생은 돌고 돈다는 말은 희망을 가지라는 암시이기도 하다. 삶에 찌들린 서민들이여, 희망과 꿈은 바로 여러분의 편이 아닌가.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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