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서 27년 동안 수집한 '주간매일'을 아버님의 뜻에 따라 매일신문사에 되돌려 드리려고 합니다."
이달 3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권세일(74·수성구 신매동) 씨의 가족들이 고인이 평생 모았던 주간매일 창간호부터 최근호까지 총본을 본사에 기증했다.
권 씨 가족이 기증한 주간매일은 1983년 8월 창간호부터 권 씨가 사망하기 직전 발행한 1415호까지 한 호도 거르지 않고 망라되어 있다.
권 씨집 창고 한쪽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주간매일은 높이만도 2m가 훨씬 넘는다. 초창기 신문들은 누렇게 변색돼 글자를 알아보기가 힘들고 창간호는 만지기만 해도 종이가 부스러질 정도로 해져 있었다.
권 씨는 1999년 대구 대청초등학교 교감으로 퇴직하기 전까지 39년을 교단에 몸담았다. 1975년 경북 상주에서 대구 중앙초등학교로 전근하자마자 구독하기 시작한 매일신문은 퇴직을 거쳐 돌아가실 때 까지 36년 동안 평생 반려가 됐다.
1983년에 국내최초로 무료생활정보지인 '매일생활정보'가 창간되자 수집을 시작한 권 씨는 '위클리매일' '라이프매일' '주간매일'로 제호를 바꾸는 동안 한 호도 거르지 않고 신문을 보관해왔다.
권 씨는 신문을 오리면 뒷면을 볼 수 없고 수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사를 따로 복사해 스크랩을 해놓을 정도로 신문을 소중히 다루었다.
큰며느리 김영섭(47·북구 구암동) 씨는 "하루라도 배달이 안 되면 지국으로 직접 찾아가 신문을 채워 놓으셨고 여행을 갈 때도 신문을 문 안으로 밀어 넣어 달라고 미리 전화를 걸 정도로 신문을 챙기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작은며느리 김명란(44·달서구 용산동) 씨도 "아버님은 다른 신문사에서 온갖 선물로 유혹해도 주간매일을 모으기 위해 모두 거절했고 매일신문에 연재된 '고찰' '집성촌' '종부' 등을 스크랩한 파일이 책장에 가득하다"며 이 파일들과 육필원고를 신문사에서 출간할 수 있는지 물어오기도 했다. 권씨의 기증본은 '매일신문' 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글·사진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