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맨파워 시대입니다.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니 인재와 재원이 갈 곳 없어 힘들어 하는데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면 어떨까요? 아이디어만 좋다면 투자자는 얼마든지 모이니까요."
투자관리전문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김형기(58) 대표이사는 '주는 일자리' 말고 '만드는 일자리'를 강조했다. 실업의 위기를 젊은이의 도전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답은 청년에게 있다"는 김 대표는 "대학이 특허 등 지적재산권을 돈이 되는 사업으로 만들고 창업의 기회를 열면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날 수도 있는데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이 투자의 문을 스스로 두드리면 행복하게 먹고 살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1981년 세워진 KTB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기술개발㈜의 창립 멤버다. 벤처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이 곳에서 출발해 30년간 벤처 계에 몸담고 있다. 흥망성쇠가 가장 빠르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 분야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이 있었을까. 그 궁금증은 인터뷰 중 해소됐다. 그는 다르게 생각하고, 뒤집어 살펴보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고향에 대한 쓴소리도 그랬다. "지금의 대구경북이 처한 상황은 이미 20년 전 예견된 것"이라고 운을 뗀 그는 "'TK의 영화'에 젖어 안주하면서 외부에 배타적으로 변했고 곧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좁은 시각과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빚어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얘기를 꺼냈다. "60여 민족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됐지요. 하지만 지금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두 번째 거물입니다. 국토가 작고 인구도 700만 명 수준인데 어떻게 그런 위치에 올라갔을까요? 바로 항상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해외자본을 어떻게 끌어들일까, 기술은 어떻게 개발할까하고요. 대구경북이 고부가가치 첨단기술기업으로 가야 할 이유이지요. 벤처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젊은이들에게 지원을 하란다. 지금 당장 성과를 낼 생각은 접고 10년의 계획을 면밀히 짜보라는 얘기도 했다. '네이버'(NAVER)로 유명한 NHN도 10년 전에는 투자금을 모으던 작은 벤처였다며, "대학생들의 젊은 생각을 산업과 연구소와 행정을 버무려 클러스터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김 대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지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운용사다. 모태펀드(Fund-of-Funds)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개별펀드(투자조합)에 출자해 직접적인 투자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얻는 펀드다. 5년 전 건립된 이 곳은 중소기업청, 특허청,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으로부터 1조2천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창투사에 사업을 공고하고 재투자했다. 지금껏 대구경북에는 62건에 852억원을 투자했다. 전국에 투자된 기업만 1천100개로 그야말로 '머니 파워'를 키워주는 곳이다.
"올해부터 우리가 투자한 기업 중 진정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을 선정할 겁니다. 20곳의 후보자 중에서 찾고, 또 각각에게 상을 주면서 경쟁과 격려를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작은 곳에서 시작한 이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비결도 책으로 묶어내고요. 각 대학 동아리에 보내면 용기를 내는 젊은이들이 훨씬 많아 지겠죠?"
20곳 후보자 중 지역 기업을 찾아보니 와이퍼 생산업체 '캐프'(CAP)가 나왔다. 달서구와 상주에 회사를 두고 있는 이 기업은 자동차용 첨단 와이퍼 기술에서 자동차-IT융복합산업 분야로 진출해 올해 1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 세계 30개국 1천여 개 해외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단다. 미국 월마트에까지 진출했는데 모두 한국벤처투자㈜의 투자가 이뤄낸 성과로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열린 생각, 외부지향적인 생각, 남과 다른 생각이 많은 것을 해결해주는 시대이지요."
밀양 출신인 김 대표는 대구초·중학교, 경북고를 거쳐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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