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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광저우] 59만 자원봉사자 '광저우의 꽃?' 글쎄…

무리를 지어 다니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최두성기자
무리를 지어 다니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 최두성기자

중국 광저우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사람은 흰색 바탕에 연둣빛 트레이닝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처음 40만 명이었던 자원봉사자가 59만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시설관리와 거리 청소 등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하는 사람까지 더해진 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에 따르면 50만 명은 지하철역과 거리에, 6만 명은 경기장과 훈련장에 배치됐다. 나머지는 이 대회 후 열리는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투입된다.

광저우에 첫 발을 내디딘 바이윈 공항에서부터 메인프레스센터(MPC), 미디어빌리지까지 기자가 움직이는 곳에는 항상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지하철, 심지어는 인적이 드문 버스정거장까지 자원봉사자가 배치돼 있다.

하는 일도 다양하다. 이방인들의 길안내부터 경기진행보조, 선수촌과 미디어촌의 객실 청소와 빨래까지 이들이 도맡아 한다.

대학생 자원봉사자 쩡퍼위싱(22)은 "자원봉사자들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학과는 11월 한 달 동안 휴강을 하는데 학사 일정을 미리 당겨 수업을 진행했거나 주말과 휴일에 수업을 받으며 아시아 각국의 선수와 관계자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날이 거듭될수록 그 수적인 위력에 비해 향기가 나지 않는다. 늘 가까이 있지만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길 안내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영어가 안 돼 손짓 발짓을 다해보지만 미안스런 표정만 짓는다. 주어진 임무만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경기장이 뭔지를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원이 워낙 많기 때문인지 경기장 주변을 무리지어 돌아다니거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낮잠을 자는 민망한 모습도 보게 된다. 하루 종일 휴대 전화기를 들고 수다를 떠는 모습은 그들의 일상처럼 보인다. 경기장에선 가장 좋은 자리를 턱하니 차지한다. 취재기자석에 앉아 있거나 VIP석에 앉아 경기 관람을 하기도 한다. 퇴근길엔 음료수가 가득 담긴 봉지를 들고 간다.

양 만큼 질이 따라가지 못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떠올려 본다. 자원봉사자들의 행동은 그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대회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자원봉사활동이 개인의 추억을 쌓는 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광저우에서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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