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도 '경영학'이 필요합니다."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송정흡(사진) 교수. 그는 국내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전공 분야를 가진 의대 교수다. 의대를 졸업했지만 지금껏 '환자 진료'를 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기초의학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전공은 '병원 경영학'.
"환자의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원에 대한 요구나 욕구를 알고 대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병원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영' 마인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병원도 하나의 기업이고 경영을 위해서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병원경영학을 선택한 것에 대해 그는 "사촌까지 포함해 집안에 의사만 40여 명이 넘고 개원을 한 친척들을 보면서 '병원 경영학'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며 "레지던트 시절부터 병원 경영학을 공부했다"고 했다.
송 교수는 예방의학의 한 분야인 '병원 관리학'을 공부했고 국내서는 마땅히 배울 것이 없어 '병원 경영학'을 배우기 위해 미국 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능력이 비슷한 분들이 비슷하게 개원을 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경영 능력에 따라 병원 규모가 상당히 달라진다"며 "개원을 하더라도 병원 경영에 대해서는 선배나 동료 조언 외에는 의지할 곳이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송 교수는 성공하는 병원 조건에 대해 세 가지를 꼽았다.
"모든 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또 효율적인 자원(인적'물적) 관리 시스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그는 "경영이란 제한된 자원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비영리성 병원이라도 최적의 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경영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구가 내세우고 있는 '메디시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병원 경영학'에 대한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메디시티는 결국 '의료'를 '상품화'한 것이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인 만큼 대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경쟁도시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있어야 하는지부터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품이 잘 팔리기 위해서는 친절(서비스)하고 가격이 낮아야 하고 여기에 마케팅이 더해져야 한다"며 "경영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이 의식주가 결합된 호텔 경영이고 병원은 여기에 의료가 더해져 있는 만큼 고차원적인 경영이 필요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그는 '메디시티'가 성공하기 위해 '응급실이 없는 병원' '아프면 대구가자'는 식의 선언적인 구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실이 없는 병원이란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대구는 의료진이 풍부한 만큼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종합병원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며 "이것이 실현될 경우 아프면 대구 간다는 연결 등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대 졸업생 중 상당수가 개원의로 나서지만 정작 의대에서는 '경영과 돈'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전국 각 병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병원경영학에 대한 강의를 많이 나가지만 몇 시간의 강의로 한계가 있는 만큼 의사분들이 '병원 경영학'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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