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토바이에 밀린 중앙로 대중교통지구

난폭·과속 운전 예사 시민들 보행권 위협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나는 오토바이가 난폭·과속 운전으로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나는 오토바이가 난폭·과속 운전으로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 1일 오전 10시 30분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구 내 하나은행 앞 신호등. 신호에 걸린 시내버스가 멈춰서자 뒤따르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인도로 올라섰다. 인도를 걷던 시민들은 오토바이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박정음(27·여) 씨는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 인도를 넓혀 놨는데 오토바이 굉음때문에 귀가 찢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 같은 날 오후 2시 중앙네거리. 대구역 방향 신호등에 녹색불이 들어오자 오토바이 7대가 마치 경주를 하듯 굉음을 내며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들어섰다. 하나은행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고 시민들이 길을 건너려는 순간 달려오던 오토바이들이 요란한 경적소리로 위협하며 신호를 무시한 채 그대로 통과했다.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오토바이전용지구로 전락하고 있다. 일반차량 통행 제한으로 뻥 뚫린 도로뿐 아니라 인도까지 오토바이가 활개치고 있다. 오토바이들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것은 물론 과속과 소음, 곡예운전으로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협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오토바이가 활개치는 것은 통행을 방해하는 일반 차량이 상대적으로 드물고 넓은 인도까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10분간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농협 앞 횡단보도를 지켜본 결과 1분에 4대꼴로 모두 42대의 오토바이가 이곳을 지나쳤다.

퀵 서비스용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채모(34) 씨는 "뻥 뚫린 도로 때문에 오토바이가 몰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인도와 도로를 오가며 마음껏 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들은 차량이 적다 보니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신호위반과 곡예 운전을 일삼고 있다. 약전골목, 북성로 등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중앙선을 넘어 옆 골목으로 급히 들어가는 오토바이도 부지기수.

오토바이가 일으키는 소음도 문제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핸드폰 가게 점원은 "가게 앞을 지나는 오토바이 대부분이 퀵 서비스용이거나 10대들이 타는데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귀가 멍멍할 정도"라며 "사람이 길을 건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경적을 울리는 것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시는 "과속을 일삼는 오토바이가 시민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행을 제한할 방법이 없다"며 "경찰의 도움으로 과속과 헬멧 미착용 등을 단속해야 하지만 경찰도 인력 부담 때문에 매일 단속할 수가 없다"고 난감해 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시민들의 보행권을 위해 조성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난폭운전을 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오히려 걷기가 불편한 곳이 되고 있다"며 "시와 경찰이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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