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는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이다. 성우가 보통명사로 쓰일 때는 조직에서 절대로 없애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기존 관행이나 고정관념을 의미한다. 성우를 없애는 것은 힌두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현장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많은 성우가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이제는 성우를 없애야 한다. 교육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희망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교육과정을 개정해 놓고 거기에 맞는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문서상에 존재하는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재 학교 교육이 가지고 있는 성우를 바꾸어야 한다.
대표적 성우의 하나가 획일식, 주입식, 문제풀이 중심 교육이다. 이런 교육으로는 2009 개정교육과정이 목표로 하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닌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은 피사(PISA)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나타내면서도 행복지수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부끄러울 정도로 낮다.
예일대학교 데이비드 겔런터는 "앞으로 50년 내에 학생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동시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부할 것이다. 그리고 공부는 계속되는 토론이므로, 쓰레기 같은 지식을 가르치는 현재의 학교들은 95%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성우는 과목 간에 존재하는 '사이로'이다. 본래 사이로는 겨울 짐승들의 먹이인 풀을 보관하는 굴뚝과 같은 창고를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조직 간에 소통되지 않는 벽을 의미한다. 기존의 교육과정에서 학기당 11~13개 과목이 서로 소통이나 통합 없이 사이로처럼 존재해 왔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면서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학기당 이수 과목 수를 8개로 줄였다. 즉 사이로가 8개로 줄었다. 사이로 숫자를 줄이기 위해 학년군과 교과군을 도입하고, 집중이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외국의 경우 수학 영재교육을 할 때 반드시 산책 시간을 넣는다고 한다. 인문학 읽기도 한다고 한다. 수학과 체육의 통합,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한다. 일본의 아키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학 문제를 풀고 나서는 반드시 계산 일기를 쓴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수업에는 과목 간의 통합이나 소통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는 유명한 지휘자는 많지만, 유명한 작곡가는 많지 않다고 한다. 국어시간에 소설을 읽고 그 절정에서의 느낌을 노래 가사로 만드는 통합이 필요하다. 또 음악시간에는 교향악을 듣고 그 느낌을 소설로 풀어내는 과목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담긴 우리 교육의 미래가 본질의 훼손 없이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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