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세버스 안전점검 5분만에 뚝딱

청소 부착물 상태만확인 담당 공무원 참석도 안해, 근본 대책 필요

7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 인근 도로에서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가 전세버스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7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 인근 도로에서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가 전세버스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전세버스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버스조합 및 행정기관의 안전 점검은 '시늉'에 그치고 있다.

안전점검은 버스 내부시설을 확인하는 게 고작이고 관련 법규마저 청결상태나 회사명 표기 여부 등이 주된 내용으로 '안전'과는 동떨어져 전세버스 사고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 스타디움 인근 도로. 45인승 관광버스 5대가 줄지어 도로에 서 있었다. 전세버스 정기 점검을 받기 위해 몰려든 버스였다. 점검을 담당하는 대구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 소속 직원 한 명이 버스 위에 올라탔다. 직원이 버스 내부를 점검하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버스 기사와 담당 직원 모두 하나마나한 안전 점검이라는 반응이었다.

25년간 전세버스를 운전한 이모(57) 씨는 "관련 법규를 지켜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불법 부착물 검사, 청결 상태만 확인하는 것이 무슨 '안전 점검'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날 점검을 한 C 씨도 "일반 저상버스보다 몸집이 큰 전세버스는 전복 사고가 발생하면 한쪽으로 넘어진다. 비상구 역할을 하는 버스 뒷유리가 막혀 있는 경우에 시정 명령을 내리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행정기관도 안전점검이 사고방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실토하고 있다. 현행 점검 규정상 시청과 구청 직원이 합동으로 안전점검에 나서야 하지만 아예 점검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이날 오후 점검 현장에도 시청과 구청 직원 없이 버스 조합 직원 한 명이 점검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버스 내부시설물을 개조하거나 노래방 설비 등을 부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점검 기간만 피하면 이를 적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전세버스는 '지입차주'가 많아 체계적인 점검과 정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평소에 대구 지역 1천700여대의 전세버스를 모두 감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관련 법 또한 허점 투성이다. 지난 5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전세버스 전복 사고로 4명이 숨지고, 지난해 12월 경주 현곡면 남사재에서 발생한 버스 사고로 18명의 목숨을 잃는 등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행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나와 있는 준수사항은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자동차 청결 상태나 회사명 표기 여부 등이 주된 내용으로 대형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점검내용이 없다.

버스조합 관계자는 "정기 점검에 응하지 않아도 20일 운행 정지 명령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준수사항을 현실화하고 실효성 있는 처벌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