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다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본회의장 유리창이 깨지고 통로엔 가구와 집기 등으로 바리케이드가 쌓아졌다. 여야 보좌진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의원들은 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밀고 당기는 격렬한 몸싸움에 다친 사람도 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예산안 늑장처리의 추태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재현된 것이다.
예산안 처리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여야의 주장은 모두 그럴듯하다. 본회의 종료일인 9일의 처리시한을 지키자는 여당이나 나라 살림 계획을 대충 짤 수는 없다며 논의를 더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의원들은 정작 중요한 점을 망각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시한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이미 오래전에 법으로 못 박은 약속이다. 그런 중요한 약속을 스스로 정한 국회가 약속시간만 되면 추태를 벌이고 있다.
예산안 심사 시간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일정을 미리 조정해야 한다. 시한을 맞추려면 밤을 새워서라도 심사해야 한다. 만사 제쳐 두고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시간만 질질 끌다가 시한이 다가오면 서로 네 잘못을 주장하는 수준 낮은 모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니 경제는 일류인데 정치는 삼류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게 아닌가.
예산안 처리 시한은 국가적 약속이다. 처리가 늦으면 집행 과정에 차질도 빚어진다. 하루 이틀 늦는다고 안 될 일이 아니라면 아예 시한을 늦추는 게 옳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서야 국민의 신뢰는 얻을 수 없다. 국민과의 약속을 망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국회는 국민들에게 조롱만 당할 뿐이다. 몰상식한 정치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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