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에게 올해 12월은 홍보의 달이 됐다. 이례적으로 예산안 처리가 빨리 끝나 본회의 출석 대기란 족쇄가 풀린 덕분이다. 뜻밖의 시간을 할애받은 정치인들은 황금 같은 연말연시에 자신의 의정 활동을 알리는 데 총력을 펴고 있다.
최근 기자들에게는 예산 관련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다.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에 현안 예산을 증액시켰거나 사업비 전액을 확보했다는 내용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예산안 처리를 그렇게도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도 예산안이 처리된 뒤에는 '지역구 예산이 반영돼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의 자료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구경북 의원들도 예산이 확보된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들을 열거하면서 마치 자신들의 지역구에만 예산이 더 늘어난 듯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의원들은 '지역구 일을 잘하고 있구나'라는 점과 '표 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평가를 동시에 얻으려고 한다. 실제 이명규 의원은 대구의 미래 동력사업으로 추진돼 온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내년도 예타조사에 반영된 점을 크게 홍보했고, 배영식 의원은 참전유공자 명예수당을 최고 33% 올린 것을 강조했다. 참전 수당을 올리면 대구 거주 유공자 1만여 명이 혜택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각종 행사를 통해 홍보를 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국회에선 과메기 시식회가 열렸는데 포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상득·이병석 두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행사장에는 줄을 서서 인사를 해야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두 의원이 지역 특산품 판촉 행사를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하는 자리로 활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10일 국회 의원식당에서 열린 구제역 대책 관련 당정협의도 경북의 정치력을 과시할 수 있는 자리였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제외한 경북 전 지역구 의원(정종복 원외 당협위원장 포함)들이 참석해 정부 대책을 한목소리로 촉구하자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고위 공무원들은 대안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회의를 주최한 한나라당 경북도당(위원장 이인기)에 대해 발빠르게 적절한 행사를 마련했다는 칭찬이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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