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벨젠의 야수' 요제프 크라머

안네 프랑크는 1945년 3월 나치 집단수용소인 베르겐-벨젠에서 티푸스로 사망했다. 1945년 4월 15일 영국군에게 해방되기 한 달 전이다. 이 수용소의 소장이 '벨젠의 야수'로 불린 요제프 크라머(1906~1945)다. 1931년 나치당에 입당하고 다음 해 친위대에 들어간 후 수용소 관리에 지원했다. 다하우 수용소를 시작으로 악명 높은 절멸 수용소를 두루 거쳤다. 아우슈비츠에서는 소장 루돌프 회스의 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유태인의 '처리'는 물론 강제노동을 이용한 합성석유와 합성고무 생산 업무를 감독하기도 했다.

그의 마지막 임지인 베르겐-벨젠 수용소는 말 그대로 생지옥이었다. 가스실은 없었으나 독일 수용소 중 가장 비참하고 지저분했다. 굶어 죽는 포로가 속출했다. 요제프가 포로 식량비를 빼돌렸기 때문이다. 간수가 개를 몰고 다니며 수용자를 물어죽이는 일도 다반사였다. 전쟁 말기에는 수용능력의 8배가 넘는 8만8천여 명을 쑤셔넣은 결과 티푸스가 창궐, 매일 250~300명씩 죽어나갔다. 그러나 처리를 못 해 쥐가 시체를 먹고 산 사람까지 공격했다. 이렇게 해서 죽은 사람이 3만7천여 명에 달했다. 영국군에게 체포돼 1945년 오늘 간수 10명과 함께 처형됐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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