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구광역시가 빈곤층'노인'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지출한 사회복지비가 전체 예산의 25.7%나 되고, 대구보다 노령화 정도가 심한 경상북도는 29.2%에 달한다. 기초자치단체인 자치구(區)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대구 북구청의 복지비 비중은 전체 예산의 56%이다. 대전 동구청은 과다한 복지비 때문에 올해 12월분 공무원 봉급을 못 줄 뻔했는데, 대전광역시의 응급지원으로 겨우 메울 수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전국의 지자체들이 공통으로 당면하고 있는 최대의 숙제이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자체들은 공무원 봉급 주고 각종 중앙정부 사업의 매칭(대응자금)을 빼고 나면, 스스로 지역사업을 펼칠 여유가 거의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지방재정이 왜 이렇게 복지의 덫에 걸렸는지 근원부터 살펴보자.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빈부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반(反) 부자정책을 추진하였고, 한편으로는 소외계층에 대한 각종 복지정책을 대폭 확대하였다.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최저생계비 인상은 물론이고 긴급복지지원제도'기초노령연금제도'장애인'아동'의료보장'국민연금'고용보험 등 수많은 복지정책을 한꺼번에 생산해 냈다.
2005년 중앙정부가 빈곤층'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순수 복지사업들(67개)을 지방분권이란 미명하에 몽땅 지방에 이양하면서, 지방에는 담배소비세가 중심이 된 '분권교부세'를 만들어 준 것이 심각한 지방재정 문제의 직접적 발단이 되었다. 지난 5년간 분권교부세 수입은 연평균 8.7% 증가한 반면, 지출은 고령화촉진 등으로 18%나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지자체는 법으로 정해진 의무 복지비용 지출을 위해 타 지역사업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방재정은 바닥을 드러내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중앙집권국가이다. 중앙정부,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앙부처의 공무원들이 모든 지역사업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의 각종 도로'철도건설이나 중소기업지원뿐만 아니라, 문화'체육'환경 분야의 사소한 사업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업무까지도 관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역사업들은 매칭(대응자금)이란 꼬리표를 달고, 지방비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영악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분권교부세'란 명분으로 골치 아픈 복지사업을 지방에 넘기는 술책에 노무현 대통령은 '분권'이란 이름만 보고 찬성하였던 것이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지방공무원들은 교부세 늘려준다고 하니, 약(藥)인지 독(毒)인지도 모르고 덥석 복지사업을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중앙정부는 해도 너무한다. 빈곤층'노인'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최저생계유지는 현대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업무이므로, 반드시 중앙정부가 직접 책임지고 관장해야 한다. 지방분권이 정착된 선진국의 경우도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시책의 기본골격이나 재원확보는 중앙정부 몫이고, 지방은 세부규칙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중앙정부가 직접 집행업무까지 수행하기가 곤란하다면, 복지재원을 확보하여 지자체나 민간에 위탁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먼 우리나라에서 굳이 중앙정부가 복지문제를 지방에 이양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재원확보는 제대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돈도 마련해주지 않고 사업만 책임지라고 하니, 지방이 설 땅은 어디인가?
복지비용 때문에 지방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게 되니, 2009년 7월 전국 시'도지사가 공동 명의로 사회복지사업의 중앙정부 환원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반응은 국가재정수요 증대 때문에 되가져올 수는 없고, 사업추진이 정 어렵다면 20여 개의 세부사업을 폐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부잣집'인 중앙재정만 걱정하는 이들은 지방재정 파탄은 아랑곳없고, 지방 현장에서 발생할 복지 수혜자들의 민원은 '내가 알 바 아니다'는 식이다. 이런 중앙정부를 의지하고 살 수밖에 없는 지방정부의 처지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사정이 이렇게 꼬이고 복잡할수록 해결책은 원칙에 충실하는 길밖에 없다. '분권교부세'란 용어부터 정직하게 '사회복지교부세'로 바꾸고, 교부세율을 현실에 맞게 대폭 인상해야 한다. 그리고 중앙과 지방이 합동으로 불필요한 복지사업을 과감하게 정비하고, 복지현장의 낭비를 제거해야 한다. 지방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이 혁명적인 과업을 과연 누가 총대를 메고 추진할 수 있을까?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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