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팅커스(땜장이들)

폴 하딩 지음/정영목 옮김/21세기 북스 펴냄

시계 수리공 조지 워싱턴 크로스비는 죽음을 앞두고 환각에 시달리면서 땜장이였던 아버지 하워드를 생각했다. 간질 발작을 일으키곤 하던 하워드는 힘겨운 삶을 살다가 나중에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추억에 대한 회상은 조지의 할아버지 이자 하워드의 아버지였던 괴상한 목사도 불러낸다.

크로스비 가문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초 미국 동북부의 척박한 땅에서 궁핍하게 살아가던 이들의 삶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의식의 흐름 속에서 시간의 전후가 바뀐 이들의 이야기는 후대에 드리워진 이전 세대의 삶을 전하면서 미미한 세부적 순간과 동작이 일으키는 파동을 잊을 수 없게 한다. 작가는 소설의 전통적 기법 대신 체험과 기억의 꾸러미들을 풀어내고 독자들이 그것들을 재구성하게 만든다. 왜냐 하면 이 이야기는 작가 집안의 자전적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서정성과 부드러운 글은 효율적으로 진행되며 때때로 심리적 긴장감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작가 폴 하딩은 철저한 무명이었고 이 데뷔작을 출간하기 위해 수십 차례 문전박대 당했지만 결국 그가치를 알아본 출판사에 의해 빛을 보게 되었다. 입소문을 타고 판매가 늘면서 평론가들이 격찬의 릴레이를 펼쳤고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에 선정되는 '신데렐라식 성공'으로 귀결되었다. 242쪽, 1만2천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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