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기관의 지원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초유의 '핵폭탄'을 맞은 대구경북연구원이 이를 자성의 기회로 삼아 조직의 혁신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상북도의회가 상임위·예결위 모두 대경연 지원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초강수를 둔 이유에 대해 한번쯤 곱씹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대경연이 그동안 경북도민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선인 한 경북도의원은 "대경연에 대한 경북도민의 불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던 것"이라며, "그간 대경연이 수행한 경북도 관련 연구결과물이 참신한 아이디어는 없고, 지역에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 많아 대경연의 머리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그는 또 "이러다 보니 경북만을 생각하고 연구하는 연구원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경북연구원 설립이 절실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대학 교수는 "대경연에 속한 50여 명의 연구원 중에 경북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북은 23개 시·군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릅니다. 대구처럼 접근해서는 안 되지요. 가령 경북 북부지역의 가장 큰 고민은 인구 감소와 노령화입니다. 한번이라도 대경연이 이 문제에 대해 짚어본 적이 있나요? 경북 권역별로 맞춤형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센터들이 대경연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경연이 연구 인력에 비해 너무 많은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성과물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대경연에 따르면 올해 기본·정책연구과제, 수탁연구과제, 대경CEO브리핑 등 모두 371건의 연구과제를 했거나 수행 중이다.
경북의 한 인사는 "대경연에 57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한 해에만 300건이 넘는 연구과제에 매달리다 보니 장기적인 미래지향적인 과제보다 기본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등 주민의 니즈와는 동떨어진 결과물만 양산하는 것 같다"며 "일부에서는 대경연이 공무원을 위한 연구원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북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기개발연구원이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특화된 경쟁력이 있듯이 대경연도 뭔가 내세울 만한 특화된 뭔가가 필요하다"며 "홍철 원장 부임 이후 대경연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연구원의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북도의회와 대경연이 이번 사태를 너무 감정적인 싸움으로만 몰고갈 것이 아니라 서로 자성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문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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