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깊은 생각 열린 교육] 학교 교육이 방해가 되는 아이들

대구시교육청은 2008년부터 글쓰기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전문적으로 글을 쓰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모아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예창작 영재 교육'을 하고 있다.

첫 해에는 학교 급별로 시 창작, 소설 창작 2개 반으로 시작했고 올해부터는 고등학교에 시나리오 창작반을 신설했다. 매년 300명가량의 초·중·고교생들이 시·소설·시나리오 창작 수업을 받았다. 이달 17일 학생들의 작품을 모아 발간한 시, 소설, 시나리오 작품집을 나눠주고 수료식도 가졌다. 이번 글에선 이 학생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5월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교정에 벚꽃이 만발해서 바람결에 따라 벚꽃비가 날리고 있었다. 문예창작영재 교육원의 시 창작반 학생들이 벚꽃 나무 아래에서 야외 수업을 했다. 수업을 맡고 있는 시인이 학생들에게 벚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 시를 쓰라고 한 모양이다. 어떤 학생은 벚꽃이 날리는 모습을 보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다른 학생은 날리는 벚꽃을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고 있었다.

모두 행복한 얼굴이었다. 만약 학교에서 토요일 오후에 강제로 남겨서 4시간 수업을 더 했다면 학생들의 얼굴 표정은 어땠을까. 하지만 오전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문예창작영재교육원까지 족히 1시간은 걸려서 온 학생들은 불행해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생각하고 관찰한 내용을 적고 있는 그들의 얼굴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할 때 행복하다고 한다.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때만 몰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몰입을 해야만 창의적 생각이 나올 수 있다.

지난 10월에는 문예창작영재교육원 학생들이 제24회 달구벌 백일장에 참가했다. 초·중·고교 운문, 산문 부문의 6개 장원 중 5개를 차지했다. 나머지 1개 장원의 주인공도 지난해 영재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았던 학생이었다. 장원 100%를 영재교육원 학생들이 차지한 셈이다. 이뿐만 아니라 장원까지 포함해서 전체 시상자 104명 중 영재교육원 재학생이 64명이나 수상했다.

고등학생 소설 창작을 지도하시는 소설가의 말씀으로는 앞으로 몇 년 있지 않으면 영재원에서 소설 창작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매년 1, 2명씩 문단에 등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이 앞으로 대구 문단 지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문단의 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했다.

소설가는 한 학생을 가리키며 "저 학생은 지금도 기성문인의 수준보다 낫다. 저런 학생은 학교수업이 오히려 창작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풀이, 강의식 수업이 학생이 지닌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빌 게이츠가 하버드 대학을 뛰쳐나온 이유를 짐작할 것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두 가지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이런 잠재력을 꽃피우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정말 배우고 싶은 것을 가르쳐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운영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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