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복을 찾아서](1)행복이란… 넘치면 행복, 모자라면 불행? 과연 그럴까…

20점 받아오던 아이가 어느 날 퇴근길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50점짜리 성적표를 내밀었다. 늘 100점 기다리는 부모는 절대 맛볼 수 없는 50점의 행복(^^)! 아이도 아빠를 기다리며 얼마나 가슴이 벅찼을까. 일러스트=고민석 komindol@msnet.co.kr
20점 받아오던 아이가 어느 날 퇴근길에 기다렸다는 듯이 자랑스럽게 50점짜리 성적표를 내밀었다. 늘 100점 기다리는 부모는 절대 맛볼 수 없는 50점의 행복(^^)! 아이도 아빠를 기다리며 얼마나 가슴이 벅찼을까. 일러스트=고민석 komindol@msnet.co.kr
<세상으로의 초대> 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탄생의 순간, 세상과 소통하는 첫 울음도 그치고 아기는 기나긴 꿈 속 여행을 시작합니다. 꿈꾸는 아기는 흰 눈으로 덮힌 하얀 세상만큼이나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행여 아기가 깰까 조바심이 납니다. 새해, 세상으로 초대한 아기를 보며 엄마는 벅찬 가슴으로 다짐합니다. 그래 이제 시작이야! 제47회 매일 전국 어린이사진 공모전 금상작. 사진·남경숙, 글·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세상으로의 초대> 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탄생의 순간, 세상과 소통하는 첫 울음도 그치고 아기는 기나긴 꿈 속 여행을 시작합니다. 꿈꾸는 아기는 흰 눈으로 덮힌 하얀 세상만큼이나 순수하고 아름답습니다. 행여 아기가 깰까 조바심이 납니다. 새해, 세상으로 초대한 아기를 보며 엄마는 벅찬 가슴으로 다짐합니다. 그래 이제 시작이야! 제47회 매일 전국 어린이사진 공모전 금상작. 사진·남경숙, 글·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모르는 게 있으면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 '행복'을 찾아봤다. '마음에 차지 않거나 모자라는 것이 없어 기쁘고 넉넉하고 푸근함, 또는 그런 상태'를 행복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그렇다. 행복은 바로 '기쁨, 풍요, 여유'다. 이처럼 분명한데도 사람들은 다양한 행복을 말한다. 왜 그럴까? '행복을 찾아서' 떠나는 52주 여행의 첫 간이역은 '행복의 정의'역이다.

◆행복에 대한 온갖 생각들

직장 생활 10년차에 접어드는 정유호(37·북구 매천동) 씨는 "누가 뭐라고 해도 행복하려면 먼저 돈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얼마 정도면 행복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100억 원 정도면 별 걱정 없이 살 것 같다"고 했다.

모 대학병원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행복을 물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면서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을 테니 편한 친구에게 털어놓듯이 말해달라고 했다. "제발 환자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찾아와서 우울하고 불안하고 잠 못 이룬다며 하소연한다. "수입은 개인병원의 20, 30%이고 스트레스는 20, 30배"라고 했다.

김동수(56·대전시 서구 관저동) 씨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행복은 자기가 먹고픈 반찬을 원하는 만큼 집어먹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지난해 2월 대장암 조직검사 도중 대장균이 피로 흘러든 뒤 패혈증을 얻어 사지가 절단됐다. 그는 아내가 식사 수발을 해주지 않으면 혼자선 밥도 먹지 못했다. 팔다리가 잘린 뒤 6개월 만에 처음 보조기구를 써서 자기 팔로 식사를 했다.

한 전업 화가에게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대뜸 "당신은 기사 쓸 때 행복한가"라고 되묻더니 "행복이 뭔지 잘 모르지만 그림 완성했을 때, 전시회가 성공적이었을 때 잠시 기뻤을 뿐 그 과정은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행복 전문가들이 말하는 행복

인터넷 서점에서 '행복'을 검색했다. 관련 서적만 무려 5천300여 권이 쏟아졌다. 행복 심리학부터 행복한 실뜨개까지 온갖 '행복 책'들이 올라왔다. 종교 지도자와 저명한 철학자, 심리학자, 작가들이 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중국 고대 사상가인 장자는 행복의 조건 중 하나로 '절욕'을 말하며 "메추라기가 산 속에 둥지를 틀어도 가지 하나에 불과하고, 두더지가 강물을 탐해도 배밖에 못 채운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도 욕망의 절제가 행복이라고 했다.

또 노동, 매춘, 인권침해로 고통받는 제3세계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김혜란 씀)는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바라본 행복을 들려준다. 더불어 사는 인간 관계 속의 행복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 소설가인 엔도 슈사쿠는 "인생은 장거리 경주다. 당신이 경쟁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면 인생을 단거리 경주로 생각하는 것이다"고 했다. 경쟁과 비교, 시기와 질투 속에서 자칫 삶의 먼 지향점을 잃지 말기를 당부한다.

'행복은 자신의 강점과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긍정 심리학이 있는가 하면 '걱정, 근심, 우울, 콤플렉스 같은 부정적 감정도 힘이 될 수 있다'는 부정 심리학도 있다. 미국의 행복 전문가 리처드 칼슨은 '행복에 목숨 걸지 말라'고 했다.

◆행복은 도대체 무엇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행복은 '기쁨, 풍요, 여유'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무심코 읽어넘긴 부분에 행복의 조건이 담겨 있다. '마음에 차지 않거나 모자라는 것이 없어'라는 부분이다.

'마음'이라는 잔이 있어서 행복의 조건들을 부어 보자. 어디까지 부어야 할까? 차지 않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 누구나 '거의 가득 채워야 한다'는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그리고 '거의 가득'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한 가지 놓친 사실이 있다. 아직 잔의 크기를 말하지 않았다. 소주잔인지 머그컵인지 1.5ℓ 피처인지 아니면 드럼통만큼 거대한 잔인지. '마음' 잔 크기는 누가 정할까? 직장인 정유호 씨는 '100억원'의 잔을, 사지절단 환자인 김동수 씨는 '제 손으로 떠먹는 식사'라는 잔을, 장자는 '절욕'의 잔을 행복의 기준 잔으로 정했다. 과연 누구의 잔이 채워지기 쉬울까? 그 잔이 채워지고 나면 과연 행복해질까?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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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찰나의 감정입니까? 아니면 궁극의 목표입니까?' 답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만큼 행복의 범주는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넓습니다. 어쩌면 이토록 다른 모습 속에 행복이 숨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행복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라면 더욱 좋습니다. 슬픔과 고통 속에 힘들어하는 이웃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소중한 글들을 모아 52주간 '행복을 찾아서' 떠나보려 합니다. 함께하는 것이 곧 행복입니다.

이메일 주소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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