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1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김미경/우체통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미경
김미경
권오삼/ 아동문학가
권오삼/ 아동문학가

◆동시 당선작

우체통/ 김미경

고민이 있어요.

들어주실래요?

예전엔 하루에만 수백 통의 편지를 먹던 때가 있었어요.

연말이면 정말 배탈이 날 지경이었어요.

나를 찾는 사람은 아이에서 어른까지 구별이 없었답니다.

거리에서도 제일 돋보였거든요.

요즘도 더러 배부를 때가 있긴 해요.

다닥다닥 숫자 찍힌 세금 종이들

홍보 선전 우편물이 주르륵

아무리 뱃속을 가득 채워도

삐뚤빼뚤 쓰인

정 담뿍 담긴 편지 한 통이 훨씬 맛 나는 것 같아요.

후덥지근한 여름이건

쌀쌀한 겨울이건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들이면 그저 행복했었죠.

갈수록 힘이 빠져요.

찾는 사람은 점점 줄고

쪼르륵 배곯는 날만 늘어나니 말이에요.

거리에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마다 자꾸만 외롭답니다.

이러다 영영 잊히는 건 아니겠죠?

◆심사평

흡인력 있게 시화해 보인 작품

전국 각지에서 보낸 응모작들을 기대에 찬 눈으로 읽었다. 그러나 좀처럼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없어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이 되었으나, 다행히 뒤늦게 몇 편이 눈에 들어와 안도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응모작 수준이 낮았다.

눈에 들어온 '우체통'(김미경) '시오리 자연교실'(박민) '전용 비행기'(홍지민) '급식표'(정나라)는 소재나 표현,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다른 응모작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 네 편 가운데 '전용 비행기' '급식표'는 '우체통'이나 '시오리 자연교실'에 비해 시의 내용이나 깊이에서 부족함을 보여 일단 제외했다.

남은 두 편 가운데 '시오리 자연교실'은 시의 화자인 시골 아이가 오 리나 되는 등굣길을 오가는 도중에 스스로 자연을 알아가는 기쁨을 차분하게 진술한 작품이나, '우체통'보다는 내용이 단조롭고 구성이 느슨해서 시적 밀도가 떨어지는 게 흠이었다.

당선작으로 뽑은 '우체통'은 통신수단의 변화로 말미암아 편지가 지닌 인간적 체취나 정겨움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우체통이란 상관물을 통해 흡인력 있게 시화한 점이 심사자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흡인력이란 곧 시가 지닌 어떤 '울림'이 아니겠는가.

한 가지 언급해 둘 것은, 당선자의 응모작 중 한 편이 의외로 태작이어서 심사자에게 불안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당선자는 이 점을 꼭 유념해 주었으면 하며, 정진을 바란다.

심사위원 권오삼(아동문학가)

◆당선 소감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가 연달아 찍혀 있었다. 평소처럼 무심히 지나치려다 나도 모르게 번호를 눌렀다. 놀랍게도 발신처는 매일신문사였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금방 반응하는 성미가 아니라 당선 소식을 참 담담하게 들었다. 당선 소감을 쓰는 지금에야 조금 실감한다. 앞으로 이 일은 내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거다. 내내 한 번씩 웃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 같다.

감기 걸린 목소리로 소식 전해서 미안하다는 기자님! 그저 전화 주신 것만으로 감사했습니다. 권오삼 선생님! 뽑아 주신 거 자체가 큰 영광입니다. 실은 선생님께서 글을 읽어 준 것만으로도 많이 기뻤습니다.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습니다. 최춘해 선생님! 선생님을 만나 동시를 접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 많이 느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공부하는 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동시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가끔 한참을 물끄러미 들여다볼 때가 있다. 덩달아 마음이 차분해진다. 당분간 이 신기한 녀석을 졸졸 따라다녀야 될 것 같다.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시험에 합격한 것 같아 마음이 가볍지만 않다. 부족한 게 많다. 더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지 싶다. 언제나 듣기 싫은 얘기들 잘 들어주는 뚱! 수고했다. 나에게 일어난 특별한 일이 우리 가족한테 조금이라도 행복 촉매제 노릇을 하길 바란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 약력

김미경/ 1978년 출생/ 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은 4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원안 통과시켰으며, 이로 인해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과 보완수사권이 전면 폐지되고 수사...
반도체 중심 장세에서 제약·바이오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삼천당제약과 코오롱티슈진 등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RX 바...
포스코그룹의 PNR이 포항사업소 인수 입찰 과정에서 특정업체 A사를 사전 내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A사는 관련 경험이 없는 청소업체로...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