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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에게 미안함 덜어…구제역 파동 빨리 끝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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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구제역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17일 영하의 혹한 속에서 구제역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김천시 봉산면 최병희(53) 씨 한우농가.

농장주 최 씨,수의사,공무원 등 5, 6명이 한 팀이 돼 황소의 목과 뿔에 밧줄을 걸고 한참 실랑이를 하다 겨우 안정 시킨 뒤 목덜미·엉덩이에 주사를 놓고 얼른 스프레이 등으로 색깔 표시를 했다. 이어 소 귀에 달린 개체식별번호를 확인하고 다시 우리로 돌려보냈다.

덩치가 큰 소를 붙잡아 주사놓기가 쉽지는 않다. 소를 잡기 위해 매번 쫓고 쫓기는 일이 벌어진다. 바닥은 쇠똥이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어 고르지 않은데다 힘센 소가 목에 걸린 밧줄을 흔들면 딸려들어가 자칫 다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백신접종 팀원들의 손발이 맞춰지면서 차츰 백신접종 속도가 빨라졌다. 이날 최 씨 농장 소 174마리에 대한 백신접종은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오후 4시까지 7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예방접종 후 농장주 최 씨는 "안동 구제역 발생 후 혹시나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될까 하는 우려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설 명절을 앞두고 목돈이 필요해 소를 출하를 해야하는데 그나마 백신접종 후 출하를 할 수 있다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구제역 접종을 돕기 위해 나온 김천시청 이성화 씨는 "백신접종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예전에는 소에 고삐도 있어 다루기 쉬었는데 600~800㎏나 되는 황소를 제압하고 주사를 놓기가 쉽지 않다"고 거들었다.

이날 김천지역에서 구제역 백신접종을 받은 소는 최 씨 농장 소를 비롯해 2만2천400여 마리(김천 전체의 70%)이며, 종돈돼지 5천800여 마리도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이번 접종으로 구제역 파동이 완전 끝난 것은 아니다. 4주 뒤 2차 접종이 해야 한다.

농축산과 이상명 가축방역담당은 "1차 접종으로 2주 뒤면 접종 소의 50~60% 항체 형성이 이뤄지며 2차 보강 접종이 끝나도 항체형성은 85%선으로 보고 있다"며 "나머지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무반응을 보여 백신접종으로 구제역파동이 끝난 것으로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대구에서도 백신접종이 이뤄졌다.

이날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서 한우 35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종욱(50) 씨의 농가. 구제역 예방접종팀은 이 씨 농가에서 한 마리당 2㎖씩의 예방백신을 주사했다.

수의사 이진학 씨는 "보통 항체가 생기는데 보름이 걸리지만 접종만 확인되면 바로 출하가 가능하다"며 "설 대목에 맞춰 안전하게 출하할 수 있도록 대구시내 모든 한우에 대한 예방접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에게 지난 한 달간은 언제 구제역이라는 '악마'가 '자식'들에게 덮칠지 몰라 전전긍긍했던 나날이었다.

같은 날 대구 북구와 동구의 한우 농가에서도 구제역 예방접종이 실시됐다. 북구 검단동에서 250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는 안성규(54) 씨는 "미리 예방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백신을 접종한다니 마음이 놓인다. 아직 2차 접종이 남았지만 소들도 이젠 고생을 덜하게 생겼다"고 좋아했다.

북구 지역 한우농가를 방문한 수의사 구건룡 씨는 "구제역은 한 농가에서 발병하면 걷잡을 수 없게 퍼지기 때문에 동시에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축산농가는 증가 추세에 있지만 가축전문 수의사 인력은 계속 줄고 있어 문제"라고 했다. 다른 수의사도 "대구에 공중방역 수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너무 힘들다"며 "오늘 동구 지역 한우농가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위해 나온 수의사 10명 중 8명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다 임시로 문을 닫고 나온 수의사"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수의사, 공무원, 농·축협 관계자로 구성된 39개 팀 117명을 동원해 18일까지 대구시내 한우, 육우, 젖소 등 총 2만3천349마리의 소를 대상으로 구제역 1차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또 내달 중순쯤에는 완벽한 항체 형성을 위해 2차 예방접종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백신접종 후에도 면역 형성기간이 있기 때문에 축산농가에서 소독 등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또 구제역은 사람이 아닌 발굽이 두 개인 동물에만 감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쇠고기, 돼지고기 등의 육류를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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