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말 한마디로 '명절 스트레스' 날릴 수 있다?!

차례 준비 주부들 부담…남편·부모님도 스트레스 가족간 양보의 지혜를

사진:새해 아침 세배 드리는 모습을 표현한 신재순의
사진:새해 아침 세배 드리는 모습을 표현한 신재순의 '설날 풍경'.

'명절이 괴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먼길을 운전해 일가친지를 찾아 인사를 드려야 하고, 얇은 지갑을 털어 선물과 부모님께 드릴 용돈도 준비해야 한다. 주부들은 음식준비를 하느라 몸도 지치고, 동서 간의 신경전에다 낯선 시댁 친척들 눈치까지 보느라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쌓인다. 고향 가는 길이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막혀 짜증이 나기도 한다.

연휴 동안 시댁과 친지들을 방문하거나 손님을 맞이하느라 아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남편들도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 차례를 지내러 갔다가도 서둘러 처가로 이동하는 것은 '처가가 좋아서가 아니라 인상 팍팍 쓰고 있는 아내 눈치 보며 앉아 있느니, 부모님들이 좀 서운해 하시더라도 서둘러 일어서는 게 낫다'는 마음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불규칙적인 생활로 리듬이 깨진 채 연휴를 보내다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도 걱정이다. 주부 10명 중 9명이, 남편 10명 중 7명이 가슴이 답답하거나 괜히 화가 치밀고, 소화가 되지 않는 등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과의원 원장은 "명절 스트레스를 질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가족 간 불화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무시하지 말고 빨리 털어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떻게 하면 설 명절 스트레스를 빨리 털어버릴 수 있을까.

◇쌓아둔 말 꺼내지 말자

명절은 누구나 힘이 든다. 게다가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기보다 그간 마음에 쌓아 두었던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 일쑤다. 따로 만날 시간이 없으니 묵혀 두었다가 명절에 만나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것이다. 험담을 하거나 상처가 될 말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피차 불편한 시간이고, 긴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쉽게 받을 수 있다.

특히 남편들이 아내를 배려해야 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주부는 낯선 친척들이 많이 모이는 시댁이 굉장히 불편하고 어렵기 마련이다. 아내가 특별히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분간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남편이 배려해야 한다. 어린아이가 있을 경우 시댁에서는 아이들 돌보는 일은 남편이 맡아 주어야 한다.

명절 연휴기간에는 특히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자들끼리 따로 모여 이야기할 때 젊은 주부들은 자주 상처를 받는다. 남녀 구분 없이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놀이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불필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따뜻한 말이 보약이다

명절 연휴기간 시댁이나 친척 집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주부들의 불만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남편들은 흔히 "그 하나마나한 소리 그만 좀 하지. 그렇다고 부모님, 동서 안 보고 지낼 거야"라고 말하기 일쑤다. 여자들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거나 명절 때도 우리끼리만 지내자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들이 남편에게 하소연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 입장에 공감해 달라는 것이다.

"아내들은 아무 생각이 없겠어요? 하소연할 곳이 남편밖에 없으니 남편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좀 하는 거죠. 남편의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게 아니라 그저 내 편을 좀 들어주고, 내 수고에 공감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결혼 12년차 주부의 말이다.

남편들은 명절 때면 부모와 아내 사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샌드위치맨'이 돼 스스로 고통스러워지기 일쑤다.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우니 아예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는 부모와 아내는 물론 남편 자신에게도 최악의 선택이다. 전문의들은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아내에게는 아내 편을 들어주고, 친가에는 또 그럴듯하게 둘러대는 것이 좋다. 이것은 야비한 처신이 아니라 지혜로운 처신이다. 몇 마디 위로와 핑계로 친가 부모님과 아내가 편안해지면 남편 자신도 편안해진다"고 조언한다.

◇생체리듬을 회복하라

명절 연휴가 끝난 뒤에도 피로가 지속되는 큰 이유는 명절 연휴 동안 생활리듬이 깨졌기 때문이다. 특히 장시간 운전을 하거나,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지나치게 늦잠을 자는 등 생활이 평소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규칙적이던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평소와 다른 호르몬 분비로 소화, 수면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신체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휴일 증후군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휴기간에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수면리듬을 잘 조절해야 한다. 특히 과하게 술을 마시고 잠이 들게 되면 수면장애가 발생해 더욱 피로해질 수 있다. 흔히 명절 연휴 뒤에 직장인들끼리 또 회포를 푸는 경우가 많지만 1, 2주 정도는 술자리를 피하는 편이 좋다.

연휴 동안 늦게 잠드는 습관이 생기기 십상이고, 출근 전날 억지로 잠을 청하다 보면 오히려 불면증이 더 심해진다. 마음 편하게 책을 읽거나,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굳이 잠들려고 노력하지 않는 편이 잠을 청하는 데는 더 도움이 된다.

생체리듬 회복에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이 좋다. 사우나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혈관이 확장되고, 심신이 편안해지며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수면을 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전신욕일 때 물의 온도는 37~39도, 족욕일 때는 40~43도 정도가 적당하다. 족욕을 할 때는 복사뼈 위까지 물에 잠기게 해야 하고, 오래 서 있어서 종아리 근육이 뭉쳤을 때는 무릎 아래까지 깊이 담그면 부기가 쉽게 빠진다.

◇나만 받는 게 아니다

명절 스트레스 하면 흔히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생각하지만, 주부들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니다.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남편뿐만 아니라 시부모들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온 식구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다.

자녀들은 명절 스트레스가 명절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부모님들은 후유증이 오래간다. 왔다가 차례를 지내고 나면 일어서기 바쁜 자식을 보면 안쓰럽다. 아이들로 왁자지껄하던 집안도 일순간 조용해지면서 허전함은 더욱 커진다. 이럴 때는 부부만 달랑 집에 있기보다 경로당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거나 영화 한두 편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소일거리가 있다면 딱히 바쁘지 않더라도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자녀 입장에서는 '명절 때 집에 가서 인사 드렸으니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 집으로 돌아간 뒤 안부전화를 하면 좋다. 낮에 본 자식이라도 저녁에 다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행복해지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전화 한 통 드리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의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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