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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진의 육상 이야기] 세단뛰기…홉-스텝-점프 '3박자 도약'

세단뛰기(triple jump)는 멀리뛰기와 거의 비슷한 요령으로 경기를 하지만, 1차례 도약하는 멀리뛰기와는 달리 3차례 도약한다. 40m 이상의 도움닫기를 한 후 모래사장에서 11m 떨어진 구름판을 이용, 서로 다른 뜀뛰기 동작을 연속적으로 펼쳐서 그 거리를 겨룬다. 첫 번째 동작인 홉(hop)에서는 한 발로 뛰어올라 그 발로 착지한 후 2번째 동작인 스텝(step)을 해 다른 발로 착지한다. 이어 3번째 동작에서는 점프(jump) 후 어떤 식으로 착지해도 무방하지만 흔히 두 발을 모아서 착지한다. 세단뛰기는 발생기원이 분명하지 않지만 고대 어린이들의 놀이인 돌차기 놀이 혹은 아이들의 즐거움 표출과정에서 깡충깡충 뛰어놀던 동작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원주민인 켈트(Celt)족의 고대 축제에 이와 유사한 기록이 남아있다.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근대화된 경기로 발달했으며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여자 종목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처음 도입됐다. 제1회 올림픽 때는 한쪽 발로 홉 동작을 2번 실시한 후 점프하는 아일랜드 식으로 불리는 방법을 이용했으나 제2회 올림픽 때부턴 홉-스텝-점프의 표준 동작이 적용됐다. 근육의 수축이완을 복합적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시키는 능력과 함께 전신의 균형적인 근 파워 및 유연성이 요구되며, 양 다리를 이용한 세 가지 도약을 균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홉을 너무 길게 뛰면 스텝에서 어려움이 있고, 홉이 너무 짧으면 전체기록이 저하된다. 세 가지 도약의 비율은 세단뛰기 기술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미키오 오다(織田于雄)는 15m21의 기록으로 우승, 일본인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이어 1932년 LA 올림픽에서 남부 주헤이(南部忠平)가 우승을 차지하는 등 당시 일본은 세단뛰기의 최강을 이루었다. 일본 선수들의 도약비율은 40:27:33이었으나 1960년 처음으로 17m를 돌파한 폴란드의 조셉 슈미트(Jozef Schmidt)의 비율은 35:30:35로 홉과 점프 동작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균형을 이루면서 가장 적절한 비율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스피드가 강한 선수에게 유리하며 근력이 우세한 선수는 홉에 다소 치중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1985년 6월 미국의 윌리 뱅크스(Willie Banks)가 17m97의 세계기록을 수립할 때는 35:28:37의 비율로 점프의 비율이 오히려 높게 나타남으로써 개인별 특성도 고려되고 있다. 세단뛰기의 기록변화는 1930년대의 일본, 1960년대의 소련 선수들이 주도했는데, 소련 선수들은 스텝과 점프를 할 때 두 팔을 들어서 도약력을 높이는 방법을 주로 이용하였으나 도움닫기를 할 때의 팔과 다리를 그대로 도약에 활용하는 한 팔형 방식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다. 세단뛰기는 한때 멀리뛰기에서 소외된 선수들이 하는 종목으로 천대받기도 했으나,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부터 올림픽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소련의 빅토르 사네예프(Viktor Saneyev)와 같은 걸출한 스타들이 출현하면서 인기종목이 되었다. 현재 세계기록은 1995년 예테보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영국의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가 수립한 18m29이며, 여자기록도 같은 대회에서 우크라이나의 이네샤 크라베츠(Inessa Kravets)가 수립한 15m50으로 무려 1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올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7m10의 한국기록을 가진 김덕현은 결승 진출을 노린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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