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좋은기업 부실기업을 보는 눈] 턱없는 금리 주식형채권 남발 땐 조심

주식은 '원금' 싸움이고 채권은 '이자' 싸움이다. 우량채권에 투자하면 '이자를 얼마나 주느냐'가 관심사지 원금에 대한 손실 걱정은 없다. 주식과 채권의 장점만 갖춘 상품은 없을까. 있다. 주가가 상승하면 상승 차익으로 이익을 내고, 하락하면 채권으로 변하는 투자상품이 '주식형채권'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으로 그냥 보유하다가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받으면 그만이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2009년 3월 A업체는 1주당 6천880원에 주식을 살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다. 금리는 연5.5%로 만기3년짜리 공모형식. 주가는 7천원대에서 움직이며 바닥권이었다. 이때 이 채권에 투자했다면 3년간 연 5.5%(복리)짜리 정기예금에 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표면금리도 1%로 절세효과도 있다. 향후 주가가 상승하면 1주당 6천880원에 주식매수가 가능해 원금손실 없는 주식투자가 가능했다. 현재 이 업체의 1주당 가격은 5만7천원. 그러나 이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6천880원에 살 수 있는 것이다.

주식형채권이 매력적인 이유는 윈윈 전략이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투자자에게는 원금손실에 대한 부담없이 주식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어두운 면은 있기 마련. 원금손실이 없다는 이유로 이걸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 바로 주식형채권을 남발하는 기업이다. 기존 주주에게 주식형채권은 분명히 악재다. 주가상승 시 물량 부담으로 작용하는데다 발행은 채권으로 했지만 만기가 되면 주식으로 돌아와 주식수만 늘어난다. 부채가 자본으로 변하는 것이다. 빵 크기는 그대로인데 먹을 사람 수만 늘어나니 좋을 게 없다.

자금사정이 부실한 기업은 더 경계해야 한다. 한동안 외국계에서 써먹던 수법으로 급전을 빌려주고 주식형채권을 인수와 동시에 대주주의 지분을 빌려서 공매도하면 주가의 상승하락에 상관없이 무위험 차익거래가 가능했다. 망하기 직전의 주식들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이면에는 이런 비밀들이 숨어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 같은 주식형채권은 그 자체로는 훌륭한 투자상품이다. 그러나 투자자에게는 이들을 발행하는 기업의 옥석을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업은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한다고 했다. 조달 부문만 볼 때 비정상적인 자금조달의 행태를 보이는 기업을 피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주식형채권을 남발하는 건 아닌가 ▷인수주체가 누구인가 ▷조달금리는 적정한가. 이 3가지에 답이 있다.

이우현(동부증권DHP 금융자산관리사) Lwh8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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