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곳곳서 '우유 대란' 조짐… 커피점·빵집 경영난 시작

가격 오르고 공급 중단도

구제역 파동으로 우유 공급이 급감하자 커피 전문점과 제빵 업계에
구제역 파동으로 우유 공급이 급감하자 커피 전문점과 제빵 업계에 '우유 비상'이 걸렸다. 16일 오후 대구 중구 계산동의 커피 전문점에서 한 직원이 카페라떼를 만들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구제역 후폭풍으로 우려가 됐던 '우유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젖소 살처분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이를 원재료로 쓰는 커피 전문점과 제빵 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것. 특히 우리나라 우유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는 서울우유가 16일 가격 인상안을 발표했다가 정부가 개입하자 반나절 만에 철회하는 등 전국에 우유 비상이 걸렸다.

16일 서울우유는 스타벅스와 뚜레쥬르 등의 업계에 업소용 우유 공급가를 최고 65.9%까지 가격을 인상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1ℓ 팩우유는 23.3%, 저지방 우유는 29.6% 각각 인상되며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18ℓ 관우유(대용량 우유)는 최대 65.9%까지 올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직접 나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자 서울우유 측이 이를 받아들였고 우윳값 인상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우유 가격 인상이 이미 진행 중이다. 서울우유가 최근 1ℓ당 1천500원에 제공했던 업소용 우유 공급을 중단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인근에서 소규모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경덕(39) 씨는 "서울우유는 지난달에도 7% 정도 가격을 인상했고, 이달 15일부터 20% 오른 1천800원(1ℓ당)으로 공급가를 올렸다"며 "우유는 카페라떼와 아이스크림, 홍차 등 안 들어가는 데가 없는 주요 재료인데 이렇게 되면 아메리카노밖에 팔 메뉴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유제품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제빵 업계는 지난해 설탕과 밀가루값 인상에 이어 유제품 가격까지 상승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영세한 동네 빵집의 경우 사정은 더 심각하다. 대구 중구 성내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박한동(64) 씨는 "축협우유를 1ℓ에 1천600원에 공급받고 있는데 조만간 2천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며 "우유뿐 아니라 버터와 생크림 등 유제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한숨을 쉬었다.

우유 공급이 급격히 감소해 거래처를 바꾸는 빵집도 있다. 대구 중구 문화동의 M빵집 이준욱(34) 사장은 "서울우유가 최근 공급량을 줄이는 바람에 15일부터 다른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100원 인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마진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빵값은 올릴 수 없다"며 힘들어했다.

대한제과협회 대구경북지회 관계자는 "우유 가격 인상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는 밀가루나 설탕처럼 공동구매를 해 단가를 낮출 수도 없다. 제빵 업계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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