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많은 내가 졸고 있을 때
신랑이 왔다 가듯 지혜가 왔다 갔다
문고리를 흔들며 문 앞에서
날 불러도 난 몰랐다
철없어 호롱불 밝혀 두는 것도 몰랐다
이제 잠 없는 내가 지혜를 기다려
신부가 신랑 기다리듯
호롱불 심지 돋우고 기다려
눈 침침한 내가 못 알아볼까
그게 걱정이네만
눈 밝은 지혜가
눈 어두운 날 먼저 알아 볼 거다
아니다 눈 대신 귀 밝아져
바스락 소리도 알아챌 거다
이 시의 신랑 신부 이야기는 마태복음에 있는 것. 등과 기름을 준비하고 신랑을 기다려야 하는 신부에 대한 이야기. 잠든 동안 지혜가 왔다 가는 것도 모를까 걱정이라는데, 실상 지혜란 아무도 모르게 왔다가는 것이란 걸 알면서도 걱정인 시인처럼 사실 우리는 습관처럼 늘 뭔가 걱정 속에 싸여 살고 있다.
슬기로운 그 신부들처럼 등과 기름을 준비해 놓고도 자꾸 걱정이 되는 건 현대인의 불안 심리일까. 아니면 등과 기름은 상징일 뿐이니 여전히 걱정은 인간의 몫이란 걸까. 제삿날 탕국 끓일 때, 두 동서들은 무 써는 것을 두고 서로 걱정이다. 깍둑썰기를 할까 납작썰기를 할까. 일곱 남매에 시어른 모시고 살던 엄마는 걱정을 자루에 메고 사셨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내 걱정은 마당에서 이 겨울을 견디는 능수매화가 잘 살아 있을까에 대한 것. 잘 살아오는 봄에 다시 고혹적인 꽃을 피울 수 있을까에 대한 것.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나무를 걱정하고 있는 건 꽃에 대한 욕심이니 참 미안키도 하지. 고작 오가며 나뭇가지를 어루만져 나무의 체온이나 가늠해 보는 한심한 일이라니. 어쨌든 아직 한 추위가 남아 있으려니 그 가녀린 능수매화의 길, 나는 그게 걱정이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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