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재스민 혁명'과 세계 경제

"당신은 나의 것." 재스민의 꽃말이다.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國花)다. '재스민 혁명.'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태가 튀니지 혁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북아프리카(North Africa)와 중동지역(Middle East)이라 해서 'MENA' 사태라고도 한다.

튀니지에서 시작한 재스민 혁명은 알제리,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로까지 확산되었다. 다른 중동국가도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 재스민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과연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다면 세계 경제는 어찌될 것인가? 한국 경제는 또 어떤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걱정이 태산 같다. 고유가에 이은 물가상승 압력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재스민 혁명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이에 따른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한 파장이 얼마나 크고 오래갈까?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우선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들을 찾아보자. 그러려면 이번 MENA 시민혁명의 원인을 찾아보고 이를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비시켜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번 재스민 혁명의 원인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소득 양극화 구조가 악화, 지속되는 가운데 고물가와 식료품 부족이 결정적이었다. 만일 MENA 사태로 고유가와 곡물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신흥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최근 신흥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파괴력이 큰 대목이다. 이달 24일 인도 델리에서 있었던 일당 2.69달러의 근로자들 시위는 적어도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고가 세계 경제에 어떠한 정치'경제적 파장을 몰고 올지 짐작하게 한다. 4만 명이 데모에 참여했다고 한다.

둘째, 고실업이다. MENA 지역 대학생들은 남학생의 경우 대학 졸업 후 최소 5년, 여학생의 경우 10년 이상 일자리를 기다려야 한다. 고물가, 고실업률의 악순환 고리가 마침내 터진 것이라 본다. 예를 들면 MENA 지역은 30세 미만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다. 리비아의 경우 국민의 33%가 최저 생계 수준 이하의 생활에다 30세 미만 젊은 세대 실업률이 30%를 상회한다. 불만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실업률이 지난해 12월 이후 9%로 하락했지만 아직 체감 실업률은 20%를 넘고 있다고 한다. '그림자 정부통계' 사이트에 나온 자료다. 아울러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듯하다. 실업률 증가는 소득감소, 소비감소, 기업의 투자 감소와 같은 성장세 회복에 가장 부정적인 요소로 꼽을 수 있다. '고용없는 성장'에서 '일자리 창출과 성장'의 두 마리 토기를 잡는 게 정부 정책의 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처럼 막대한 경기부양책과 양적완화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가? 염일방일(拈一放一)이다.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

셋째, 경제와 큰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SNS의 확산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지역 간 정보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 지방 보궐선거에서 '투표 인증샷' 올리기를 한 젊은 세대들의 투표 열기를 생각할 수 있다.

요약해보자. 먼저 이번 재스민 혁명이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꺾을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주가 하락, 고유가 지속,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원자재 및 곡물가 상승 등을 보면 그럴 수도 있지만 먼저 주가만 보면 2010년 8월 이후 조정다운 조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조정 국면에 진입한다고 볼 수도 있다. 둘째, 이번 사태가 사우디 등 다른 MENA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고 빠르게 안정된다면, 고유가 압력도 빠르게 진정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지정학적 정치질서 재편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런지 몰라도 지금까지 필자가 조사한 세계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은 고유가에 베팅하는 모습은 아닌 듯하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단기적으로 본다는 시각이다. 셋째, 하지만 세계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질 경우 유가, 원자재 및 곡물가 상승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이번 사태가 일시적이라 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은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 잠시 다른 곳을 살펴본다. 2012년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에서 다시 바야흐로 정치의 시기가 돌아온다. 기껏 경기회복을 위한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온힘을 쏟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정치가 '말짱 도루묵'을 만들 것은 아닌가? 마치 '윤회'(輪廻) 같아 보인다.

곽수종(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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