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 몇 군데의 독도행사를 갔다 왔다. 언제부터인가 불 붙은 독도운동은 이곳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소위 '독도화가'라는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독도는 극렬한 애국의 상징으로 부상되며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굿보다 잿밥'에 마음을 두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사회 어떤 독도단체에서는 독도가 한국 서해에 있다는 홍보자료를 내놓고 있기도 한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한글 피켓을 들고 LA 일본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며 모금운동을 한다.
고국에서의 행태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예산타기와 단체 이권, "독도는 우리 땅이라 운동하는데 왜 고소·고발로 벌금까지 내야 하나"며 하소연을 해오는 사람도 있었다. 담당 관공서에서도 독도운동에 옥석을 가리지 못하겠다면서 안절부절못했다.
독도에 관해 혼잡스런 사건만 전개되니 국제사회에 분쟁지역으로 오인만 받는다. 자국영토의 주권활동에 대한 대책보다도, 아름다운 한국의 섬 독도를 함께 즐기며 사랑하려는 마음보다도, 각자의 이권에 의한 요란한 홍보만 난무하는 것 같다.
반면 일본은 긴밀하게 미국 의원들을 로비해서 분쟁소지의 암초로 기록을 남겼다. 언젠가는 국제법 싸움을 해보자는 치밀한 전략이라는 것을 나는 확인했다. 일본은 우리 독도가 있는 한국 동해가 일본해로 돼 있는 지도를 홍보하고있다. 국제법이 제시하는 실효적 지배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때다. 그리고 우리 민간의 힘이 어떻게 모아져야 하는지, 그 토대를 찾아봐야 한다.
삼일절이 오면 괜스레 입술이 깨물어지는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 나는 독도그림으로 수많은 독도행사에 참여했는데 반일과 친일이 무엇인지 의문과 감정이 엇갈린다. 나의 아버지는 오키나와 강제징용에서 미군에 포로로 간신히 생존해 돌아오신 분이다. 아버지로부터 약소 민족의 비애를 들어 온 한맺힌 한인의 아들로 일본의 야욕과 전략을 남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외국에 나오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반열에 끼지 못하고 마냥 고국을 그리워만 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다 붙여진 '독도화가'라는 별명이 오늘은 그 책임감에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다. 독립운동 시대의 선열들의 고충이 독도그림을 그리는 데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바라기 때문이다.
선열들은 목숨을 내놓고 애국운동을 했지만, 지금 우리는 호의호식에 취미활동으로 독도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닌지. 나와 우리의 애국운동이란 이름에 온전한 채찍질을 해 본다. 걸핏하면 반정부·반일이다, 반북이다, 반미다 주먹을 치켜 올리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것이 삼일운동 때 유관순 열사가 거리를 나와 태극기를 흔든 행동과 같은 심정의 행동일까? 우후죽순 만들어지는 애국·독도 단체의 대상이 바로 이웃과 민족이면 좋겠다. 독도 이름이 시위와 이권 운동이 아니라, 문인은 문학으로, 가수는 노래로, 화가는 그림으로 각자의 문화활동으로 온 국민께 주는 사랑의 대상이었으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권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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