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년째 阿어린이 사랑 모금운동 이정우 신부

최근 고(故) 이태석 신부의 감동적인 이야기 '울지마 톤즈' 열풍이 불면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역에서도 소리 소문 없이 아프리카에 온정의 손길을 모으는 종교인들이 적잖다. 그 가운데 이정우(65) 신부는 2007년부터 묵묵히 '아사모'(아프리카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금 운동)를 펼쳐 아프리카에 성금을 전하고 있다.

이 신부가 아사모 활동을 한 것은 벌써 4년째다. 하지만 모금 운동은 소박하다. 지금까지 모금에 동참해달라는 팸플릿 제작과 성금 참가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신문 광고 게재가 전부였다. "아사모를 시작하면서 관련 모임이나 회의 등을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모금 운동을 크게 떠벌리는 것이 영 마뜩잖았어요."하지만 입소문을 통해 지난해까지 수억원을 모아 아프리카에 보냈다.

이 신부는 성금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아사모를 크게 알려 성금 참가자들을 많이 모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정말 순수하게 돕고자 하는 이들의 성금을 받고 싶다는 것. "일단 아프리카 신부에게 원조금을 보내면 그 사용처에 대해서는 아예 묻지 않아요. 무엇을 하든 가난과 병고를 이기는 데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상대방이 어렵다는 사실 하나만 믿고 원조를 하는 거죠. 일부 성금 참가그룹에서 사용처를 묻기도 하지만 저는 성금의 순수함을 이야기하죠. 조건 없는 순수함 말이죠." 이 신부는 아사모를 하니까 아프리카를 몇 차례 방문하라는 주위 권유도 뿌리쳤다. 아프리카를 방문하면 도움을 받는 그들이 뭔가를 대접해야 하고 그것은 곧 자신과 그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신부는 2007년 초 양 수산나 여사를 비롯한 교회협조자들을 만났다. 그들을 통해 아프리카의 무잉가 교구의 '요아킴 흔타흔데레이에'주교를 알게 된 것. "당시 요아킴 주교 말이 천주교 대구대교구 신부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부탁하려고 왔다 하더라고요. 당시 신녕성당에 있었는데 고교 동기들과 가톨릭문인회 회원 등을 모았죠. 요아킴 주교는 그 자리에서 도움을 청했고 곧바로 아사모라는 걸 만들었죠."

이 신부는 요아킴 주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과거를 떠올렸다. "사실 우리는 세상에 빚을 진 사람들이죠. 6'25전쟁을 겪고 배고픔과 실의에 빠졌던 아버지 세대는 해외 원조를 통해 살아남아 우리를 낳고 길렀잖아요. 그런 밑바탕 속에서 우리는 지금 어느 정도 풍족한 삶을 살고 있잖아요. 이제는 우리가 받은 사랑을 돌려줄 때가 된 것이죠." 이 신부는 더 나아가 아프리카에 온정을 베푸는 것은 사랑의 실천이기 전에 생존을 지켜주는 문제라고 했다. "연고 하나가 없어 상처가 도져 죽어가고 임신부가 배고픔에 배 속 아기와 같이 죽어갑니다. 오염된 우물을 잘못 마시고 병을 앓아 죽기도 하죠. 어떻게 보면 우리 6'25전쟁 시절보다 더 비참합니다. 가난이 병고로 이어지고 죽음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지금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죠. 우리에게는 남아도는 비누나 담요 등이 아프리카에서는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필수품이 되죠."

가끔 우리 주변에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데 굳이 먼 아프리카인들을 도우려고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신부는 이는 근본적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주변에는 많게든 적게든 정부나 민간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 쉽게 말해 먹지 못해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우리 주변을 돕는 것이 사랑의 실천이라면 아프리카를 돕는 것은 인간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죠.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이 신부는 한국천주교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액이 내리막이라면서 교회의 인식이 달라져야 하고 다양한 원조프로그램 계발이 시급하다고 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회칙에서도 사랑의 실천은 교회 본질이며 교회 존재 자체를 드러내는 데에 필수적인 표현이라고 했죠. 돕는 것은 교회의 부가적인 일이 아니라 본질 그 자체입니다. 좀 더 적극성을 가져야 합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