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 (중) 연(鳶)의 역사

봄 오는 길목에서 동'서양 같이 '송액영복'기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이 연을 날린다. 모두 그들만의 전통연을 만들고 날린다. 태국의 연은 물소를 상징하는 전통연을 만들고, 필리핀은 연을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다.

한국의 경우 전술연 또는 신호연으로 사용했던 것만 보아도 연을 통해 전통문화를 알 수 있다. 고고학은 유물을 통해 그 시대의 문화와 생활사를 읽을 수 있으나, 나의 경우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연을 통해 그 나라의 생활사를 엿보았다. 지금도 세계에 한국 연의 우수성을 홍보하며 다니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경우 왕족 등이 서민들과 같이 연을 날리며 즐거워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영조는 친히 연날리기대회에 참석해 백성들이 연을 날리는 것을 지켜봤다는 기록이 있다.

연은 모든 국가들이 사랑한다. 태국에서는 2년에 한 번 국가차원에서 세계국제연축제를 마련, 지금까지 11차례 개최했다. 태국의 푸미폰 국왕도 연을 무척 사랑한다. 한국 국가대표단은 지금까지 태국정부 초청으로 태국국제연축제에 4번이나 참가했다.

2006년 제9회 태국국제연축제 때는 마하차크리시린턴 공주가 태국왕실 휴양지인 후아힌 대회장에 참석해 각국 대표단에게 참가패를 전하기도 했다. 이때 한국 국가대표 단장인 필자가 대표해서 받았다.

몽골 대형텐트로 가설한 임시 왕실이 눈 깜박할 사이 지어지고 붉은 카펫이 깔리고 주요 내각 및 인사들이 배석하며 행사가 진행됐다.

대회장 주변의 연들이 모두 내려졌고 그 연이 국왕이나 공주 머리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했다. 모든 것이 왕보다 위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우리도 한때에는 임금이 있었기에 이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공주가 도착하기 불과 15분 전에 모든 국가들이 스케줄에 따라 연을 올렸다. 한국도 1.2㎞나 되는 창작줄연에 8m, 3m의 대형 태극기 연을 띄웠다. 바람이 엄청 강했다. 그런데 불과 15분 전까지 공주의 도착을 보안을 이유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아 애를 태우는 중에 각국 대표선수들의 연은 모두 내렸는데 한국의 창작줄연 수백 개는 바람이 너무 강해 도저히 내릴 수가 없었다.

태국경호팀은 연을 내리라고 명령했지만 연은 꿈쩍하지 않았다. 15분 전까지도 보안 때문에 가만히 있다가 수백 개 연을 하나하나 힘들여 올렸는데 내리라고 하니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 보고를 들은 경호팀이 달려와 한국대표단과 같이 연줄을 당겨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대회장 주변을 돌아보니 세계 각국의 연은 모두 내려졌고 한국의 수백 개 창작줄연만 하늘 위로 대형 태극기와 함께 펄럭이며 멋있게 떠올라 있었다.

서양 연의 효시인 그리스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연을 날리고 그 다음 날에는 연을 날리지 않는다. 그것이 그리스의 관례라고 한다.

한국 국가대표로 1993년 그리스 아테네국제연축제에 참가했다. 아테네 빌로파포스(요정) 언덕은 울퉁불퉁한 돌이 산재해 있어 선수들이 연을 날리는데 적합한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당시 연날리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다음 글에서는 의성국제연날리기대회 장소인 '의성 안계 위천'이 얼마나 멋있는 대회장이라는 것을 소개하겠다.

그리스 아테네 산 중턱, 빌로파포스 언덕에서 세계 각국의 연들이 올라가고 아테네 도심에서도 많은 연이 동시에 올라가는데 이 광경 또한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 장관이었다.

필자는 아들과 같이 참석한 마노스 부총리에게 "그리스인들은 왜 연을 날리느냐?"고 물었다. 그는 "봄이 오는 길목에 한 해를 기원하며 연을 날리고 그 다음에는 연을 날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다른데 어떻게 연날리는 풍습이 같을 수 있을까?.

한국도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한 해를 기원하며 연을 날린다. 그것은 나쁜 '액'(厄)을 쫓고 좋은 복만 받아들이는 '송액영복'(送厄迎福)의 의미다.

천지인(天地人), 우리는 하늘(天)을 공경하고 행운과 복이 하늘에서 내려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벌을 받더라도 하늘에서 천벌을 내린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래서 하늘을 공경한다. 바로 경천(敬天)이다. 그리고 땅에 서 있는 사람(地人)이 연을 하늘 위로 올려서 연줄을 통해 복을 받아 땅에 서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고 굳게 믿고 연을 날린다. 이것이 1천400여년 우리의 '통과의례'다.

단지, 연은 유희용으로 날리는 것이 아닌 의식적인 영복(迎福)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서양의 그리스나 동양의 한국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답고 테마가 있는 전 세계 각국의 유명한 선수들이 의성의 넓은 안계평야에 모인다. 세계적인 연축제인 영국의 브리스톨연축제 및 프랑스의 홀게이트 세계국제연축제 등 유럽에서 명성을 떨친 유명한 선수들과 의성에서 만나보자. 그리고 연을 날리자.

리기태 전통문화단체 한국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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