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업계의 주파수 싸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2.1㎓(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가 제2의 '황금주파수'로 떠오르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 2.1㎓ 대역의 일부 주파수가 이달 방송통신위원회의 할당 공고를 시작으로 경매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업체들은 주파수 추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주파수 대역이 국제 표준 주파수로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단말기 도입 및 글로벌 로밍 등에 유리한데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위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2.1GHz, 새로운 황금 주파수
주파수는 음성, 데이터, 동영상 등을 실어나르는 보이지 않는 '도로'라고 할 수 있다. 통신사들 사이에 서로 사용이 겹치지 않도록 정부가 통신, 방송, 무선전화, 무선마이크 등 용도에 따라 사용 구간과 이용 기간을 정하고 기업에 할당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주파수를 많이 갖출수록 다양하고 질 좋은(끊김이 적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대역의 주파수를 많이 확보하는가에 따라 사운(社運)이 갈리기도 한다. 그만큼 필수적인 자산이다.
업체에서는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이용할 권한을 양도받는 대신 막대한 비용을 부담한다. 공공의 재산인 주파수를 특정 업체가 사용하도록 하는 대신 그 비용을 물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용 주파수를 7년간 사용하는 데 각각 1천258억원과 1천170억원을 냈다.
올해 이동통신 업계의 최대의 이슈는 지난 2006년 LG유플러스가 3G 사업을 포기하면서 반납했던 40㎒ 중 지난해 SK텔레콤이 할당 받은 20㎒를 제외한 나머지 20㎒를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2.1㎓ 대역은 스마트폰의 폭증으로 그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이 2.1㎓ 대역 위주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이 대역의 주파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이동통신 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는 상황인 것. 이 주파수를 확보하면 적어도 1천120만 명의 가입자를 더 수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2.1㎓에서 60㎒를 확보하고 있지만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어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KT 역시 2.1㎓ 에서 40㎒를 확보하고 있지만 조만간 PCS주파수(1.8㎓) 일부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PCS(2G) 가입자 20만 명을 3G로 수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주파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KT는 SKT와 비교해 3G 가입자 수는 엇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주파수 보유량은 적어 고민이 큰 상황이다. 지난 1년 사이 3G 무선데이터 트래픽이 10배가량 증가하면서 3G 주파수 추가 확보가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현재 가장 아쉬운 곳은 LG유플러스다. 2.1㎓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지 못한 LG유플러스는 애플, HTC, 모토로라, 노키아 등 외산 스마트폰 도입에 제한을 받는 등 경쟁사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1㎓ 이하 대역 기존 '황금주파수'
스마트폰으로 인해 2.1㎓이 주목받기 전, 원래 '황금주파수'로 불리던 것은 사실 1㎓ 이하 대역이었다. 가장 도달범위가 넓고 끊김이 적은 주파수이기 때문이다. 이 주파수는 지난해 이미 주인이 다시 결정됐다. SK텔레콤이 사용하던 가장 좋은 주파수 대역이었던 800㎒ 대역 일부는 LG유플러스가 넘겨받았고, 그동안 전자태그(RFID), 무선전화 등에 사용되던 900㎒는 KT가 받았다.
내년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 전송용으로 사용하던 황금주파수 700㎒ 대역이 매물로 나올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업계 반발을 의식해 700㎒ 대역의 사용처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통신사들은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KT가 오는 7월 반납할 1.8㎓ 대역도 경매에 부쳐질 가능성이 있다. 보유하고 있는 PCS(2G) 가입자 유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재할당을 받아야 하지만, 향후 3G 및 4G용 주파수 대역으로 활용하기에는 1.8㎓ 대역은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T는 현재 PCS 가입자 20만 명이 1.8㎓ 대역에 총 40㎒ 대역폭을 사용 중인데 일부만 재할당받아 사용하고 나머지는 반납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해당 주파수 대역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이동통신 사용자들이 모두 1.8㎓ 주파수 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20㎒ 대역폭 모두를 재할당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향후 이동통신 가입자가 3G 및 4G로 전환될 경우, 1.8㎓ 주파수를 재활용하는 부문이 확실치 않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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