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는 대한민국 대표 간식이자 군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과자, 쌓으면 생일케익으로도 손색이 없는 파이, 서로 정(情)을 나누는 곳에는 언제든 등장하는 상징적 존재가 돼 버렸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광고를 통해'초코파이=정(情)'이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초코파이 먹자'가 아니라 '정 타임 갖자'고 얘기할 정도다.
초코파이에는 이미 작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작은 정이 들어가 버렸다. 과자 광고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단지 몇백원짜리 초코파이가 마음을 통하게 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 때문에 사는 사람도 부담이 없고, 먹는 사람도 부담이 없다.
과자의 종류가 많지 않았던 1974년 비스킷에 마시멜로와 초콜릿이 합쳐져 만들어진 이 초코파이는 초창기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에 더해 '정 시리즈' 광고는 이 초코파이라는 상품에 정을 나누는 따뜻한 이미지를 더해 대한민국 최고의 간식으로 자리잡도록 했다.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초코파이를 만든 회사로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학생들에게 심하게 화를 낸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초코파이 광고처럼 서랍 속에 초코파이와 반성의 편지를 써 놓아서 눈물을 흘렸다는 것. 초코파이를 만든 회사인 '오리온'은 광고 효과가 이와 같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해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바로 이거야!'
이후 초코파이의 광고 '정(情)'시리즈는 '집배원 아저씨 편', '여름 원두막 편', '선생님 생일축하 편' 등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계속 담아냈다. 이 광고들은 연이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그 결과 매출액은 쑥쑥 상승세를 보였다.
이 '정 시리즈'는 1989년에 시작됐는데 그 당시 오리온 초코파이는 위기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크라운제과의 '빅파이'와 해태제과의 '오예스' 등과 같은 라이벌들이 추격해 왔기 때문에 다소 불안정한 상황이 돼 버렸다. 매출액도 반토막이 나 한때는 생산 중단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 시리즈' 광고가 다시 반전을 가져왔다.
초코파이 제2의 전성기가 열렸으며, 20년이 지난 2011년에도 유효하다. 탤런트 겸 배우 김갑수가 연극 감독으로 후배들을 엄하게 가르치면서, 잠시 후 객석에서 박수를 치며 외친다. '자! 정타임 갖자.' 초코파이가 나오면 그 엄했던 표정은 싹 사라진다. 후배들도 초코파이를 먹으며, 선배의 마음을 읽으며 하나가 된다.
역설적이지만 초코파이 광고의 성공은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만 갈수록 따뜻한 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휴먼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초코파이의 '정 시리즈'는 여전히 히트를 치고 있다.
입대하는 삼촌에게 초코파이를 쥐어주는 조카의 마음, 이사를 가는 꼬마가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에게 초코파이를 내밀며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 학예회 도중 노래 가사를 잊어버린 친구에게 초코파이를 주며 용기를 보내는 마음 등이 초코파이에 고스란이 담겨 있다.
오리온은 이 광고를 통해 사회환원 기업임도 보여줬다. 1994년부터 초코파이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출연해 도서 벽지 초등학교의 책걸상을 바꿔주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실제 사회적으로도 '정'을 실천했다.
이런 오리온의 광고 전략은 여러 가지로 딱 맞아 떨어졌다. 초코파이는 아예 인성(人性)을 가진 제품이 되었고, 소비자들은 오리온 초코파이라고 하면 곧바로 '정'을 연상시킨다.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정으로 연결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고, 브랜드 스토리 마케팅으로 성공시킨 초코파이는 대박 광고의 대표적 사례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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