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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사]"수도권 내 집 마련 어려움 실감" 금철수 토지주택공사 감사실장

감사실!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업무 차원에선 드나들고 싶지 않은 곳이다. 감사실 직원들도 본의 아니게 직장 동료들로부터 미움을 사기 십상이다. 심지어 "언제까지 감사일만 할 줄 아느냐!"는 핀잔까지 듣는다. 불가피하게 악역을 맡아야 하는 고충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에서 만난 금철수(55) 토지주택공사 감사실장은 "감사실이 비리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곳으로만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며 "부조리를 예방하고 선량한 구성원을 억울한 모함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키워가다 보면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 출신인 금 실장은 1981년 한국토지개발공사에 입사한 후 대구'경북'부산'경남'충북 등 전국 각지의 신도시 개발현장을 누비며 업무 능력을 발휘했다. 2004년 본사로 자리를 옮긴 뒤 감사부장, 시설사업처장을 지냈다. 대한주택공사와의 통합 이후에는 초대 심사평가처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9월 감사실장에 임명됐다.

그는 성남으로 살림을 옮겨가기 전까지 23년 동안 대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냈다. 주말부부 생활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자란 곳에서 이웃들과 신앙생활을 함께하는 즐거움이 더 컸다.

금 실장은 "약령시장에 있다가 지금은 매일신문사 사옥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긴 대구제일교회에서 안수 집사로 봉사하며 지역에서 20여 년을 보냈다"며 "한국토지공사 대구본부가 매일신문사 사옥에 입주해 있던 시절 근무한 인연까지 있어 매일신문과의 인연이 간단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04년 경기도로 보금자리를 옮기면서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했다고 했다. 용인은 당시만 해도 시골이었지만 대구의 집을 처분한 돈으로는 전셋집조차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와 서울의 집값 차이가 최대 6배까지 나서 당황스러웠다"며 "토지주택공사가 해야 할 일이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고 회상했다.

금 실장은 회사 내에서 '깐깐했던 상사'로 통한다. 요즘엔 감사실장이 너무 부드러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곤 한다.

권대혁(48) 감사실 청렴지원부장은 "과거 실장님과 일했던 분들에 따르면 아주 엄격하고 무서운 분이셨다는데 지금은 노래방에서 신청곡을 받을 만큼 부드러운 분위기 메이커로 바뀌셨다"고 귀띔했다.

금 실장은 '40대까지는 본인의 실력이, 40대 이후에는 부하 직원의 능력을 끌어내는 힘'이 직장인의 성공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직원들이 의아해하는 그의 변화 이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공무원이었던 부친의 임지를 따라 부산 동신초교, 경남 마산중을 졸업한 뒤 대구로 와 대구고, 경북대 농공학과를 졸업했다. 특히 대학 재학 중이던 1976년 대구고 야구부 창단 과정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당시만 해도 사회초년생이었던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야구부를 창단했기 때문이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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