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경제 기관장 자리에 '외지인' 전문가 입성이 잇따르면서 지역 경제계의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외지인 기관장들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걱정하는 분위기 속에 그 분야 최고전문가라는 이점에 힘을 실어준다면 대구경북 경제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외지인 경제기관장 전성시대
23일 대구EXCO는 주주총회를 통해 제7대 대표이사(임기 3년)로 박종만(61) 전 코엑스 전무이사를 선임했다. 박 신임 사장은 지연 연고가 전혀 없다. 충남 서천 태생으로 서울 강남구에 현주소를 두고 있으며, 경복고등학교와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달 초 심층 면접 당시 지역을 잘 몰라 우려스럽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박 신임 사장은 국내 컨벤션 분야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임원 7년, 코엑스 전무 4년을 거쳐 지난해 G20 정상회의 개최준비총괄지원단장을 역임했다.
앞서 지난달 말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사령탑에 각각 취임한 김유승(61) 이사장과 신성철(58) 원장은 서울 경기고 선후배 사이. 역시 지역 연고가 전혀 없다.
서울 출신의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소로 출발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원장(2003~2006년)을 역임했다. 이사장 취임에 앞서 500만 국내 과학기술인들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부회장(공학부문'임기 2011~2014년)에 올랐다.
대전 태생의 신 원장은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아이디어를 냈고,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들에게 한국 과학기술 정책을 제안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물리학회장에 취임했다.
◆우려 또는 기대
외지인 경제 기관장들이 속속 취임하면서 지역경제계에서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연고가 없는 기관장들은 아무리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라 하더라도 제 역할을 해내기가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구경북 정서에 적응하지 못해 소신껏 일하지 못하거나 그저 임기 채우기에 급급할 수 있다는 것. 공모를 통해 객관적 검증 잣대를 통과했지만 지역 사회에 대한 몰이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잇단 외지 전문가 입성은 대구경북 경제계가 지역 연고주의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지역경제 특유의 배타성은 개방과 혁신, 인재유입, 세계화를 가로막아 대구경북이 21세기 새로운 시대로 나가는 데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좁은 지역주의의 울타리를 벗어나 적극적인 자세로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새로운 의식변화가 외지인 경제 기관장들에게 힘을 싣고 대구경북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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