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를 덮친 이후 일본 열도는 지금 슬픔에 잠겨 있다.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물결이 넘쳐 과연 일의대수(一衣帶水)의 나라임을 새삼 느끼게 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수많은 희생자를 낸 슬픔과 비참함 속에서도 그들의 침착함과 질서 등 여러 아름다운 모습을 전달해 감동을 주고 있다.
남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물품만 쓰고 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가 대피소 대신 자동차 안에서 불편한 생활을 감수한 이야기 등 남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행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는 뒤로하고 폭발과 방사능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지키려고 활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맡은바 임무에 충실한 일본인이란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큰 재난 속에 나타난 일본인들의 모습과 행동은 훌륭하며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런 그들이 우리에게는? 5천 년 역사에서 왜구의 노략질과 왜란, 국권 탈취, 식민 지배, 독도 영유권 주장 등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일본은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혔다. 지금 그들이 자국민을 끔찍이 생각하는 배려나 마음을 인류 모두를 위한 것으로 승화시킬 수는 없을까.
조선 개국(1392년) 후 임진왜란(1592년)까지 200년의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에도 죽음도 마다않는 '임무'에 충실한 첩자(승려)들을 통해 조선의 군인, 군량미, 배의 수 등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조선을 침략했다. 그로부터 300년 뒤 1910년 다시 이 나라를 강제로 삼켰고 36년을 지배하며 우리를 말살하려 했다. 그리고 일제가 일으킨 2차 대전으로 수백만 명이 끌려가 불귀의 객이 되거나 고향을 떠나 살아야 하는 고통을 받았고 나라는 반 토막 광복이 됐다. 반 토막의 나라는 또 1950년 6'25전쟁을 치렀고 그 덕에 일본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했다. 반면, 우린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전쟁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이달 말 독도의 영유권을 표시한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 한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저들의 아름다운 행동이 나라 밖에서는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 이래서 역사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일까.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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