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일본 대재앙의 교훈

최근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본의 대재앙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온 세상 사람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일본 동북부의 대지진과 쓰나미는 지진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철저히 대비해 온 일본인들조차 상상 못할 정도의 강력한 지진이었다. 맨몸으로 뛰쳐나와 가족도 못 찾고, 집도 사라지고, 먹을 것도 없고, 추위에 떨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지진 피해지역 일본인들의 상황은 정말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가항력의 대재앙 앞에서 의연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본인들을 보면서 어렸을 때부터 해온 재난 교육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적에 우리 가족은 일본에서 1년을 살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방석 같은 모자를 쓰고 들어와서는 "엄마, 지진이 나면 이걸 머리에 이렇게 쓰고 있어야 한대"라면서 학교에서 받은 재난대비훈련 내용에 대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TV를 보다 보면 '어느 지역에 규모 몇의 지진 발생, 해일 우려 없음' 등등의 지진 관련 속보가 자막으로 자주 나오곤 했다. 그런 자막을 보면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 나라는 지진이 생활의 일부분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지진과 쓰나미만으로도 엄청난 자연의 대재앙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사능 오염이라는 문명의 재앙까지 더해졌으니, 혹시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공포감은 의연하게 대처하던 일본인들을 동요하게 만드는 것 같다. 방사능 오염을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이유는 방사능이 생식세포에 흉터를 남기면서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진에는 비교적 침착하게 대응하였던 반면, 방사능 노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다시마, 미역 같은 요오드 함유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보도를 보았다. 원전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요오드가 인체 내로 들어오면 갑상선에 집중적으로 모여서 갑상선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요오드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김과 미역 등의 해조류를 많이 먹어두면 체내에 요오드 성분이 많기 때문에 우리 몸이 방사성 요오드를 적게 흡수하므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해 방사능 유출로 바다가 오염돼 소금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소금 가격 상승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중국에서는 소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을 돕기 위한 실천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우리도 조금이나마 뜻과 마음을 전해본다면 어떨까? 지나친 과잉반응은 피하고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보다는 방사능 오염에 대해 알아두는 기회로 삼으면서, 이번 재앙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교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점인 것 같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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