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진년 단석산 범굴 박해 세 순교자 기려

천주교 경주 성지 '진목정'본격 개발

미(未)개발 성지 '진목정'이 본격 개발된다. 진목정은 한티와 신나무골, 관덕정, 복자성당과 함께 천주교 대구대교구 5대 성지 가운데 한 곳이지만 첩첩산중에 있어 일반 신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최근 진목정 성지 개발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이곳이 성지 중 마지막으로 개발되는 것이다. 대구대교구는 진목정 개발이 완료되면 이곳이 대표적인 교육 및 피정, 휴양 장소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목정은 어떤 곳?

'진목정 순교 성지'는 경주 건천읍을 거쳐 청도로 넘어가는 단석산 자락 깊은 골짜기(산내면 내일리)에 있다. 이곳은 현재 125위 시복시성으로 청원 돼 있는 병인박해 순교자 허인백(야고보)과 김종륜(루카), 이양등(베드로)이 박해를 피해 가족들과 숨어 살던 곳이다. 이들 세 순교자의 원묘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진목정'(眞木亭)은 순교자들이 박해를 피해 참나무가 우거진 단석산 자락 범굴에서 숨어 살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 순교자는 1868년(무진년) 범굴을 급습한 포졸들에게 붙잡혀 경주 진영(현 경주문화원 자리)으로 끌려갔고 장대벌(현 울산시 중구 병영동)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세 순교자 유해는 허인백의 부인 박조이가 수습해 진목정 뒷산에 합장했다. 이후 이들 유해는 1932년 대구 감천리 묘지(월성성당 뒤편)로 이장됐고 1973년 병인순교기념성당인 복자성당(대구 동구 신천3동)에 모셔져 있다. 진목정은 세 순교자의 묘와 범굴, 세 순교자의 후손들이 신앙생활을 했던 진목공소, 소태골 피정의 집 등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이곳에는 순례길이 조성돼 있다. 순례 코스는 '소태골 피정의 집→범굴→묘지→진목공소'나 '소태골 피정의 집→진목공소→묘지→진목공소' 등이다. 3년 전부터 진목정 성지 개발을 준비했던 산내성당 주임 이창수 신부는 "순례길이 마련되면서 진목정이 외부에 많이 알려졌고 찾는 신자들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어떻게 개발되나

이달 22일 진목정 성지 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자 전재천 신부를 위원장으로, 이창수 신부를 간사로 하는 '진목정 성지 개발위원회'가 꾸려졌다. 앞으로 위원회에서는 진목정 성지 개발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담당한다.

진목정 성지 개발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가장 먼저 이뤄질 1단계 사업은 순교자 세 분의 묘 근처에 '진목정 순교자 기념성전'을 짓는 것이다. 올해 내 착공을 목표로 하는 기념성전은 지붕은 팔각 형태의 돔으로, 내부에는 성전과 봉안당(하늘정원)이 절반씩 나뉘는 특이한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성전은 일반 성당처럼 매일 미사가 봉헌되며 봉안당에는 복자성당에 있는 세 순교자의 유해 일부를 가져와 모시고 양쪽으로 성직자와 수도자를, 그 뒤편에는 일반 신자들의 봉안을 안치한다.

2단계는 진목공소를 중심으로 주위에 소규모의 피정의 집과 순례의 집을 마련한다는 것. 이 신부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0여 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진목정을 찾는 신자들이 휴식과 함께 숙박을 겸할 수 있는 휴양지로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100년이 넘은 진목공소도 정비할 예정이다. 3단계는 현재 소태골 피정의 집 자리에 교육관과 강당, 숙소, 식당, 야외수영장 등을 갖춘 청소년수련원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3단계에는 허물어진 입구를 복원하고 입구 앞에서 묵상기도 공간을 확보하는 범굴 복원도 포함돼 있다.

진목정 성지 개발 사업의 재원은 후원회의 후원금과 납골묘 판매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후원회는 6월에 정식 발족할 예정이지만 이미 4차례의 후원 미사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상태다. 이 신부는 "순교자 세 분의 유해가 처음 묻혔던 진목정은 순교자들의 혼과 정신이 살아숨쉬는 곳이다. 앞으로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져 대표적인 배움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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