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착한 기업(사회적 책임)'의 시대 개막

개발 단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표준(ISO26000 Guidance on Social Responsibility) 이 5년간의 논의를 종식하고 지난해 11월 국제표준으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이른바 착한 기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중심으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역기업들엔 조금은 생소할 수 있지만, 지난해 우리 지역에서도 대구은행이 '농촌사랑내고향사랑운동' 등 사회복지, 환경, 문화예술 분야에서 다양한 지역사랑운동과 나눔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ISO26000을 기반으로 한 '2010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에서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ISO 26000 국제표준은 비록 강제규정이 아닌 자발적인 규범이지만 향후 확산 시행될 경우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한 기업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유럽과의 교역이나 유럽 내에서의 사업활동에는 필수적인 이행지침이 될 것으로 보이며, 국제입찰이나 주식상장에 이 표준의 준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표준 미달 기업은 국제거래에서 무역마찰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ISO 26000 국제표준에 대응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인식과 자세입니다. 즉 자본시장이나 시민단체, 지역사회, 소비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가치관과 윤리성에 입각한 차원에서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여도 내부 조직 관리 및 경영 시스템이 연계되지 않으면 일회성, 홍보성, 이벤트성 유행으로 그칠 수 있습니다. 기존 경영 페러다임 안에서 사회적 책임을 체계적으로 통합하려는 틀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기업 차원에서만 이루어질 경우 사회 전반으로의 확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ISO 26000의 준비에는 경제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가까운 공업도시인 창원시는 2010년 3월부터 지역기업들이 ISO 26000 인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 우수기업 인증 마크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사회공헌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육성자금 지원, 창원컨벤션센터 내 '기업 명예의 전당' 선정을 통한 홍보, ISO 26000 인증 획득에 필요한 비용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노사협력, 고용창출 등 기업 고유의 책임만이 아니라 환경문제, 윤리문제 등의 폭넓은 사회공헌활동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ISO 26000의 시대는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사회공헌, 윤리경영, 환경경영 등 지속가능경영을 함께 실천해야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실천의 시대입니다. 즉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없이 행동하는 비즈니스는 더 이상 불가능하며,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 이외에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가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이제 우리 지역 기업들도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실시해 온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별적인 사회공헌활동을 분석하여 효과를 검증하고 이를 기업의 전략과 원칙 차원에서 재정비해야 합니다. 또한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임직원의 자원봉사 문화를 고취하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목표와 전략에 사회적 책임이 포함되도록 하며, 사회적 책임 로드맵을 작성하고 전담조직을 두어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기업의 평가기준이 단순히 재무적 성과에서 사회적, 환경적 책임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역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이 비용이 아닌 투자임을 인식하고 ISO 26000을 무시하고 방치하기보다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 주는 도전과제로 적극 대응하여야 할 때입니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기업은 이해관계자들과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으며, 기업의 존립 기반을 공고히 함으로써 장수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 반세기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기업을 경영해 오면서 기업은 단순히 '이익 창출을 통한 성장'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며 기업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만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몸으로 느껴왔습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이제 반드시 실천해야 합니다. 착한 기업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미래 시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새싹을 키우지 못합니다. 우리 지역 기업들의 ISO 26000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합니다.

이충곤(SL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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