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거짓말쟁이 대통령 리처드 닉슨

'직업별 거짓말 유형'이란 유머가 있다. 미스코리아:내적인 미가 중요하죠. A/S기사:이런 고장 처음 봅니다. 사장:이 회사는 사원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번에 신공항 백지화 과정을 보면 이런 말을 넣어야 할 것 같다. 대통령:공약을 확실히 지키겠습니다.

미국과 한국, 어디서나 말 바꾸고 거짓말하는 정치인은 혐오의 대상이다. 유능했던 리처드 닉슨(1913~1994)이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것도 거짓말 때문이다. 민주당 사무실 도청(워터게이트 사건)을 지시해놓고 몰랐다고 하고 사건 조사를 방해하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닉슨을 다룬 영화 중에 론 하워드 감독의 '프로스트 VS 닉슨'(2009년)이 가장 흥미롭다. 1977년 TV의 2류 쇼 진행자인 프로스트가 은퇴한 닉슨을 인터뷰한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프로스트는 노회한 닉슨에게 쩔쩔매다가 마지막날 인터뷰에서 극적인 반전을 이룬다. 흥분한 닉슨이 "법을 떠나 대통령이 하는 것은 다 옳다"고 속내를 내뱉으면서 닉슨의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만다. 현정권의 신뢰 상실로 시끄러운 요즘, 한번쯤 봄직한 영화가 아닌가.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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