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공항 백지화 이렇게 본다] 김범일 시장에게 드리는 제언

정기조 (전 대구시의원)
정기조 (전 대구시의원)

대구경북을 포함하여 경남'울산까지 4개 영남권 자치단체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밀양 신공항이 정부의 백지화 발표로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 있다.

발표 일주일 전부터 '백지화'를 암시하는 서울지역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더니, 아니나다를까 '밀양'도 '가덕도'도 아니고 '백지화'라니….

만약 부산이 '가덕도'를 들고 나오지 않고 영남의 5개 광역단체가 똘똘 뭉쳐 단일 후보지로 신공항 건설을 요구했다면 동남권 신공항 유치는 아마도 성사될 수 있었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결정을 해도 2025년에 개항을 한다는데, 결정 자체를 이렇게 미루고 있으니 어느 세월에 지방이 살기 좋아지는 때가 있을까 한숨이 나온다.

대한민국은 비록 땅덩어리가 작고, 더군다나 분단국가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 붙어 있으나 북한으로 인해 사실상의 섬나라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핸디캡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무역 교역량으로 7번째이며 경제 규모로는 13위 국가로 성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인류 역사상 어느 나라도 이룩한 적이 없는 초단기 압축 성장의 신화를 만들어낸 나라다.

그러기에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공항 수요가 많은 나라이다.

현재의 인천공항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인천공항은 아시아의 허브공항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북한의 도발·교란에 취약한 위치에 있어 유사시에는 대체 공항이 필요하다는 데 이설을 달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온 산업이 구미의 전자, 포항의 제철, 울산의 자동차'조선, 창원의 기계금속 등 모두가 영남권 밀양을 둘러싸고 위치해 있다. 국가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도 우리나라는 원 포트(One-PORT)에서 이제는 투 포트(Two-PORT)로 성장의 날개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최종 발표를 앞두고 지역 언론에서는 김범일 대구시장의 중대결심이 여러차례 보도된 적이 있다. 만약 밀양 결정이 안 될 시에는 '한나라당 탈당' 혹은 '시장직 사퇴' 라는 결사 항전의 의지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쏟아져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백지화' 발표가 있고 나서는 김 시장이 '어쩔 수 없다. 아쉽다. 그러나 계속 추진할 것이다' 정도의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배신감마저 든다.

온 도시가 현수막으로 도배되고, 많은 사람들이 삭발을 하고, 결사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건곤일척의 승부를 위해 시민 각자도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그냥 열심히 노력해보자' 정도로 일을 벌여 왔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구시장이 탈당을 하고 삭발이라도 하면서 중앙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뒤집으려는 시도에 앞장서야 시민들도 따를 텐데, 그냥 '우리는 어쩔 수 없다' 면서 다음 총선'대선에 기대야 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대구시장으로서의 최소한의 권위마저 의심케 만든다.

지금이라도 백지화의 부당함을, 그리고 밀양신공항의 관철을 위해 온몸으로 싸울 자신이 없다면 대구시장직에서 물러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암울한 대구의 미래를 바꿀 기회도 그 자신으로 인해 박탈된다면 역사에서 더 큰 죄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기조 (전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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