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공항 아닌 준허브공항…경제성, 정부도 알고 있다

'신공항 진실' 문답 풀이

서울지역 언론과 일부 관료 및 전문가들은 국가이익을 명분으로 내걸고 동남권 신공항을 '또 하나의 지방공항'으로 매도하고, 서로 내응하며 결과적으로 신공항을 무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역에서도 일부 시도민들은 동남권 신공항의 실체에 대해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부 용역결과에서도 경제성이 있다고 나온 신공항은 앞으로 '진행형'이 될 수밖에 없다. 동남권 신공항의 실체를 알아보자.

◆신공항은 지방공항이다?

동남권 신공항에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던 서울지역 언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신공항을 다루기 시작했다. 이들의 논리는 '지방공항을 왜 또 만들려 하는가'였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기존 지방공항의 적자문제 ▷지방공항은 정치적 목적으로 만든 것 ▷KTX 있는데 웬 공항이냐? ▷인천공항을 키우는 것도 벅차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웠다.

▶동남권 신공항은 관문공항

신공항은 전세기나 동남아 몇몇 노선에만 기항하는 기존 김해'대구공항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천공항과 같은 허브공항 규모는 아니더라도 최소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주, 유럽 등 주요 대륙권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관문공항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른바 '1.5공항'(준 허브)인 것이다.

1.5공항을 만든 뒤에는 기존 김해, 대구, 울진, 사천 등 영남권 7개 공항을 통폐합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지방공항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남부권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항공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국 10여 곳, 영국과 독일, 프랑스가 각각 4곳, 중국 6곳, 일본 4곳 등 세계 10위 이내의 경제대국들은 한결같이 관문(Gateway)공항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물류와 유통의 중심이 되지 않고서는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문공항이 하나뿐인 우리나라는 연평도 포격 등 안보상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홍석진 인천대 교수와 홍철 전 대구경북연구원장은 '21세기 허브공항 전략 및 사례' 연구를 통해 "앞으로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은 생산'무역'분배'물류활동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에 달렸다. 글로벌 기업들의 모든 투자가 이런 기반 위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공항은 경제성이 없다?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의 가장 큰 이유로 '경제성 부족과 국익'을 들었다. 이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에서 "KTX 이용으로 영남권의 국내선 항공수요가 줄고 있는 형편에 엄청난 국고를 낭비할 수 없다. 다음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서울지역 언론들은 "항공수요도, 경제성도 없는 지방공항을 왜 만드느냐"며 지방공항의 적자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고, 인천공항의 발전상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정부도 경제성 인정했다.

국토해양부의 장기 신공항 개발계획 분석에도 "동남권 신공항은 항공수요가 충분하고 2020년까지는 반드시 신공항을 개항해야 한다"고 나타나 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동남권 신공항의 항공수요는 2025년 1천700만 명, 2030년 2천100여만 명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인천공항이 출발할 당시 항공여객이 1천700여만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공항의 경쟁력은 충분히 검증되는 셈이다. 국제선 화물 물동량도 인천공항의 경우 영남권 비중이 45%에 이른다.

"후대에 부담을 준다"는 이 대통령의 설명도 설득력이 없다. 정부는 4일 고시된 KTX 전국망화 계획에 90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는데 이 돈의 10%만 들이면 남부권 2천만 명이 염원하는 신공항을 세울 수 있다. 정부가 현재 재정부담을 이유로 '미래 국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 정봉현 교수(지역개발학과)는 "영남권 국제항공 수요는 2020년에 지금보다 2배, 2025년엔 2.6배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계속 국제관문공항이 없을 경우 2025년까지 연간 6천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며 "또 10년 내에 기존 공항의 처리능력이 한계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인천공항과 기능 분담을 할 수 있는 제2관문공항이 남부경제권에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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