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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자 읽기] 언젠가 그대가 머물 시간들(최재봉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사랑에 대한 기억을 둘러싼 색은 핑크빛이기도 하지만 잿빛이기도 하다. 때론 검은빛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문학전문기자인 저자는 우리 문학에 펼쳐진 사랑 풍경 32개를 책에 담았다.

'문학이 어떤 식으로든 삶을 반영하는 것인 만큼 우리네 삶부터가 사랑을 중심으로 꾸려진다'고 말하는 저자는 어린 영혼들의 풋풋한 호감의 표출(김유정 '동백꽃')부터 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본 늙다리들의 쭈글쭈글한 감정놀음(한창훈 '주유남해'), 사랑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 식의 열정(서영은 '먼 그대'), 냉소와 배신, 이기와 탐욕으로 얼룩진 위악적 사랑(하일지 '경마장 가는 길')까지 다양한 사랑 풍경들을 발견해낸다. 노인과 소녀(박범신 '은교'), 남자와 남자(심산 '하이힐을 신은 남자'), 유부남과 유부녀(박영한 '우묵배미의 사랑')처럼 세상의 오해와 편견 앞에 상처받기 쉬운 관계들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사랑은 존재의 확장이자 심화'라고 말하는 저자는 사랑은 한 사람의 세계를 넓고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한다. 우리 문학이 묘사하는 사랑 가운데 32개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서른 두 개의 세상을 만나는 셈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왔을 만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독자들은 저마다 자기 사랑의 기억을 호출해보게 된다. 240쪽, 1만2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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